지난 편에선 레버리지의 위험성에 대해 다뤘습니디. 위쪽 수익은 배수 LL만큼 정직하게 커지는데 흔들림이 갉아먹는 손실은 L2L^2로 튄다, 그러니 배수를 키울수록 아래쪽이 제곱으로 열린다고 계산했었죠? (지난 편 다시 보기). 오늘은 그 계산을 정반대 방향으로 쓰는 사람들 얘기입니다. 위를 키우는 게 아니라 아래를 깎으면 뭐가 남느냐? 이 질문에 수천조 원을 걸고 사는 집단들이 있습니다. 헤지펀드와 국민연금입니다.

헤지펀드는 대박을 못 냈습니다

헤지펀드 하면 이렇게 생각하시죠?

슈퍼컴에 박사들 갈아 넣어서 연 30~50%씩 뽑아먹는 형들. 우리랑 다른 세계.

1997년부터 2025년까지 29년치를 뽑아봤습니다. 바클레이헤지가 집계하는 헤지펀드 업계 평균, 연평균 복리 7.90%. 같은 기간 S&P500은 배당 재투자 기준 9.94%.

졌습니다. 그것도 2%p 넘게. 자기들이 자기 성적을 자진 보고해서 만든 지수인데도요.

그럼 왜 아직도 수천조가 몰려 있느냐? 옆 칸을 보셔야 합니다.

구분연평균 복리(CAGR)표준편차최악의 해마이너스 난 해29년 누적
S&P500 (배당 재투자)9.94%17.95%−37.00% (2008)6번15.6배
헤지펀드 업계 평균7.90%10.56%−21.63% (2008)4번9.1배
국민연금 기금7.39%5.33%−8.22% (2022)3번7.9배

여기서 표준편차는 29년간 연간 수익률이 평균에서 얼마나 벌어졌는지를 확인하는 지표입니다. 평균이 10%고 표준편차가 18%라면, 대략 3분의 2의 해가 −8%~+28% 사이 어딘가에 떨어진다는 뜻이에요. 숫자가 클수록 계좌가 널뛴다는 얘깁니다.

S&P500은 국민연금보다 2.55%p 더 벌었습니다. 그 대가로 3.4배 더 출렁였고요. 수익은 1.35배 얻자고 고통은 3.4배 산 겁니다.

여러 헤지펀드를 한 장에 찍어보면

업계 평균만 보면 심심하니까 전략별로 흩뿌려 봤습니다. 가로가 표준편차, 세로가 연평균 복리수익률입니다.

덜 흔들린 쪽이 이겼나 — 29년치 위험 대 수익 1997~2025년 연간 수익률 기준 · 가로: 표준편차(클수록 출렁임) · 세로: 연평균 복리수익률(CAGR) 5% 7% 9% 11% 5% 10% 15% 연간 수익률의 표준편차 → 오른쪽일수록 많이 출렁였다 연평균 복리수익률 (CAGR) ↖ 이쪽으로 갈수록 좋은 자리 (덜 흔들리고 더 번다) 주식 롱숏 글로벌 매크로 멀티전략 합병차익 채권차익 주식 마켓뉴트럴 헤지펀드 업계 평균 σ 10.6% · 연 7.9% 국민연금 σ 5.3% · 연 7.4% S&P500 σ 17.9% · 연 9.9%

S&P500만 저 혼자 오른쪽 끝에 서 있죠? 나머지는 죄다 왼쪽에 뭉쳐 있고요. 수익률로는 S&P500이 제일 높은데, 아무도 그 자리로 안 따라갑니다. 못 가는 게 아니라 안 가는 거예요. 헤지펀드가 S&P500 사는 법을 몰라서 저기 있겠습니까. ㅋㅋ

전략연평균 복리표준편차최악의 해출렁임 1%당 수익
주식 롱숏8.32%10.57%−11.88%0.79
글로벌 매크로7.11%6.05%−5.33%1.18
멀티전략7.08%8.53%−17.96%0.83
합병차익6.68%5.31%−3.38%1.26
채권차익5.53%7.80%−25.20%0.71
주식 마켓뉴트럴4.92%4.61%−1.70%1.07
(참고) 국민연금7.39%5.33%−8.22%1.39
(참고) S&P5009.94%17.95%−37.00%0.55

맨 오른쪽 칸은 샤프비율의 뼈대만 남긴 겁니다. 원래 샤프비율은 이렇게 생겼어요.

S=RpRfσpS = \frac{R_p - R_f}{\sigma_p}

RpR_p는 포트폴리오가 낸 수익률, RfR_f는 무위험이자율(가만히 예금에 박아둬도 나오는 이자), σp\sigma_p는 그 포트폴리오의 표준편차입니다. 즉 위험을 지고 추가로 번 만큼을, 진 위험으로 나눈 값이에요. 출렁임 1단위 값이 얼마냐를 재는거죠.

여기선 RfR_f를 0으로 놓고 계산했습니다. 29년간 통화도 다르고 금리도 널뛰어서 하나로 못 박기가 곤란하거든요. 그러니 위 표의 숫자는 진짜 샤프비율이 아니라 단순화한 비율입니다. 실제 샤프비율은 저것보다 낮게 나옵니다. 순위는 크게 안 바뀌고요.

국민연금 1.39, 헤지펀드 0.75, S&P500 0.55. 지불한 고통 대비 받은 돈으로 줄을 세우면 순서가 완전히 뒤집힙니다.

표준편차는 꼬리를 못 잡습니다

여기서 잠깐. 위 표에서 채권차익 줄 좀 보세요. 표준편차 7.80%짜리인데 최악의 해가 −25.20%입니다.

평균이 5.84%고 표준편차가 7.80%면, −25.20%는 평균에서 표준편차 4개쯤 아래로 떨어진 사건입니다. 정규분포라면 대략 2만 9천 년에 한 번 나와야 하는 일이에요. 근데 29년 안에 나왔습니다.

같은 계산을 S&P500에 해보면 −37.00%는 2.70 표준편차, 293년에 한 번짜리 사건입니다. 이것도 29년 안에 나왔죠? 시장 수익률은 정규분포가 아닙니다. 아래쪽이 훨씬 두껍습니다.

물속에 얼마나 오래 잠겨 있었나

숫자로는 감이 안 오실 테니 그림으로 보겠습니다. 각자 자기 최고점 대비 몇 % 아래에 잠겨 있었는지를 29년 내내 그린 겁니다. 0%면 신고가고, 아래로 내려간 만큼이 손실 상태예요.

고점 대비 얼마나 깊이 잠겨 있었나 1997~2025년 연말 기준 · 0% = 그 시점까지의 최고 자산가치 · 아래로 내려간 만큼이 손실 상태 0% −10% −20% −30% −40% 1997 2000 2005 2010 2015 2020 2025 2002년 −37.6% 2008년 −37.0% 국민연금 — 29년 중 최악이 −8.2% S&P500 헤지펀드 업계 평균 국민연금

빨간 구덩이가 두 개 보이시죠? 왼쪽은 닷컴 버블이 꺼지면서 3년에 걸쳐 파인 −37.6%, 오른쪽은 2008년 1년 만에 파인 −37.0%. 저 구덩이 바닥에서 여러분 계좌는 반토막 근처였고, 원금 회복까지 각각 4년, 4년이 더 걸렸습니다.

보라색 선이 잘 안 보이시죠? 국민연금은 0% 선에 거의 붙어 있어서 그렇습니다. 29년 동안 제일 깊이 잠긴 게 −8.2%예요.

그리고 2022년, 국민연금과 헤지펀드 업계 평균이 나란히 −8.22%를 찍었습니다. 소수점까지 똑같이. 이건 우연이지만, 두 집단이 결국 같은 걸 하고 있다는 걸 꽤 잘 보여주는 우연이죠.

왜 안 흔들리는 쪽이 복리에서 따라붙나

여기가 오늘의 계산입니다. 2편과 7편에서 계속 우려먹은 그 공식이 또 나옵니다.

gμσ22g \approx \mu - \frac{\sigma^2}{2}

gg는 실제로 손에 쥐는 연평균 복리수익률, μ\mu(뮤)는 매년 수익률을 그냥 다 더해서 나눈 산술평균, σ\sigma(시그마)는 표준편차입니다. σ2\sigma^2은 표준편차를 제곱한 값이고요.

읽는 법은 이렇습니다. 산술평균이 아무리 높아도, 출렁임의 제곱을 반으로 나눈 만큼은 무조건 뜯긴다. 이게 2편에서 뜯은 변동성 손실이죠. 오를 땐 작은 돈에 곱하고 빠질 땐 불어난 돈에 곱하니까, 같은 폭으로 왔다 갔다만 해도 계좌가 줄어드는 그 현상.

29년 실측 데이터에 대입해 보겠습니다.

구분산술평균 μ\mu표준편차 σ\sigma공식이 예측한 손실 σ2/2\sigma^2/2공식 예측 gg실제 CAGR
S&P50011.55%17.95%1.61%p9.94%9.94%
헤지펀드 업계 평균8.41%10.56%0.56%p7.85%7.90%
국민연금7.52%5.33%0.14%p7.38%7.39%

S&P500은 소수점 둘째 자리까지 맞습니다. 국민연금은 0.01%p 차이. 이건 제가 맞춘 게 아니라 그냥 공식이 맞는 겁니다.

계산 과정 펼치기

공식에 넣을 땐 %를 소수로 바꿔야 합니다. 17.95% → 0.1795.

S&P500
σ2=0.1795×0.1795=0.03222\sigma^2 = 0.1795 \times 0.1795 = 0.03222
σ22=0.032222=0.01611\dfrac{\sigma^2}{2} = \dfrac{0.03222}{2} = 0.016111.61%p
g11.55%1.61%=9.94%g \approx 11.55\% - 1.61\% = 9.94\% (실제 9.94%)

헤지펀드 업계 평균
σ2=0.10562=0.011151\sigma^2 = 0.1056^2 = 0.011151
σ22=0.005576\dfrac{\sigma^2}{2} = 0.0055760.56%p
g8.41%0.56%=7.85%g \approx 8.41\% - 0.56\% = 7.85\% (실제 7.90%, 오차 0.05%p)

국민연금
σ2=0.05332=0.002841\sigma^2 = 0.0533^2 = 0.002841
σ22=0.001420\dfrac{\sigma^2}{2} = 0.0014200.14%p
g7.52%0.14%=7.38%g \approx 7.52\% - 0.14\% = 7.38\% (실제 7.39%, 오차 0.01%p)

\approx(근사 기호)를 쓴 건 이게 정확한 등식이 아니라 근사식이라서입니다. 수익률이 극단적으로 튀면 오차가 커져요. 그래서 제일 많이 튄 S&P500과 헤지펀드 쪽에서 오차가 나고, 얌전한 국민연금이 제일 잘 맞습니다.

산술평균만 보면 S&P500이 국민연금을 4.03%p 앞섭니다(11.55 대 7.52). 근데 실제로 손에 쥐는 복리로 오면 격차가 2.55%p로 줄어요(9.94 대 7.39). 1.48%p를 출렁임한테 뜯긴 겁니다. 국민연금은 같은 명목으로 0.14%p만 뜯겼고요.

거의 10배 차이입니다. 출렁임을 3분의 1로 깎았더니 뜯기는 세금이 10분의 1이 됐어요. 제곱이라서 그렇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짜라는 거냐

여기서 위험을 깎는 도구가 나옵니다. 두 자산을 섞었을 때 그 포트폴리오의 위험은 이렇게 계산합니다.

σp2=w12σ12+w22σ22+2w1w2ρσ1σ2\sigma_p^2 = w_1^2\sigma_1^2 + w_2^2\sigma_2^2 + 2w_1w_2\rho\,\sigma_1\sigma_2

σp\sigma_p는 섞은 포트폴리오 전체의 표준편차, w1w_1w2w_2는 각 자산에 넣은 비중(합이 1), σ1\sigma_1σ2\sigma_2는 각 자산의 표준편차입니다. ρ\rho(로)가 오늘의 주인공인 상관계수예요. 둘이 얼마나 같이 움직이느냐를 −1에서 +1 사이 숫자로 잰 겁니다. +1이면 완전히 붙어서 같이 춤추고, 0이면 서로 상관없고, −1이면 하나가 오를 때 다른 하나가 정확히 반대로 갑니다. 3편에서 공짜 점심이라고 부른 게 바로 저 마지막 항입니다.

예시를 하나 들어볼까요? 주식 하나(μ\mu 10%, σ\sigma 18%)와 채권 하나(μ\mu 4%, σ\sigma 6%)를 6대 4로 섞습니다. 둘은 서로 상관없다고(ρ=0\rho = 0) 칩시다.

수익부터. 이건 정직하게 가중평균입니다.

0.6×10%+0.4×4%=6%+1.6%=7.6%0.6 \times 10\% + 0.4 \times 4\% = 6\% + 1.6\% = \mathbf{7.6\%}

10%에서 7.6%로 깎였죠. 이제 위험을 볼까요?

σp2=0.62×0.182+0.42×0.062+2×0.6×0.4×0×0.18×0.06\sigma_p^2 = 0.6^2 \times 0.18^2 + 0.4^2 \times 0.06^2 + 2 \times 0.6 \times 0.4 \times 0 \times 0.18 \times 0.06

한 항씩 뜯으면

  • 첫째 항: 0.36×0.0324=0.0116640.36 \times 0.0324 = 0.011664
  • 둘째 항: 0.16×0.0036=0.0005760.16 \times 0.0036 = 0.000576
  • 셋째 항: ρ\rho가 0이라 통째로 0

σp2=0.011664+0.000576=0.01224\sigma_p^2 = 0.011664 + 0.000576 = 0.01224
σp=0.01224=0.1106\sigma_p = \sqrt{0.01224} = 0.110611.06%

 \sqrt{\ }는 제곱근입니다. 제곱해서 0.01224가 되는 수를 찾는 거예요. 위 공식이 분산(σ2\sigma^2)을 뱉으니까 마지막에 제곱근을 씌워서 표준편차로 되돌립니다.

자, 여기가 포인트입니다. 위험을 수익처럼 가중평균으로 계산하면 0.6×18+0.4×6=13.2%0.6 \times 18 + 0.4 \times 6 = \mathbf{13.2\%}가 나와야 합니다. 근데 실제로는 11.06%예요. 2.14%p가 그냥 증발했습니다.

수익은 가중평균으로 깎이는데 위험은 가중평균보다 더 깎입니다. 저 2.14%p는 아무한테서도 뺏어온 게 아니에요. 둘이 같이 안 움직여서 생긴 겁니다.

상관계수를 바꿔보면

같은 6대 4 배분에 ρ\rho만 바꿔가며 넣어봅니다.

ρ\rho포트폴리오 σp\sigma_p
−0.210.58%
011.06%
+0.311.75%
+1.013.20%

ρ\rho가 +1일 때 정확히 가중평균 13.20%가 나옵니다. 둘이 완전히 붙어서 같이 움직이면 분산 효과가 0이라는 뜻이에요. 국내 성장주 다섯 종목 사놓고 분산했다고 믿는 사람이 딱 이 자리에 있습니다. 이름이 다섯 개지 ρ\rho가 1에 가까우면 그냥 한 종목입니다.

국민연금은 순서를 반대로 짭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지침에 이렇게 박혀 있습니다. 5년 뒤의 목표수익률과 위험한도를 먼저 설정하고, 자산군별 기대수익·위험·상관관계를 넣어서 주어진 위험한도 안에서 최적 배분안을 뽑는다고요.

그 위험한도가 뭐냐면 CVaR(α=0.05) −15% 이내입니다. 풀어 쓰면 이래요. 1년 뒤에 벌어질 수 있는 온갖 시나리오 중에서 제일 나쁜 5%만 따로 모아다가, 그것들의 평균 손실이 −15%보다 깊어지면 그 배분안은 탈락입니다. 아무리 기대수익이 높아도요.

순서를 보세요.

수익률부터 정한다 올해 30% 벌자 → 그럼 뭘 사야 하지? → 30% 오를 것 같은 종목 → 확신이 서니까 몰빵 → 확신이 더 서니까 3배 레버리지. 위험한도요? 그런 거 정한 적 없습니다. 없으니까 안 걸리죠.

손실 한도부터 정한다 최악의 5%에서 −15%까지만 → 그 조건을 만족하는 배분 조합만 남기고 전부 버림 → 남은 것들 중에서 기대수익이 제일 높은 놈 선택 → 그 배분 안에서 종목.

같은 최적화 문제인데 뭐가 제약이고 뭐가 목표인지가 정반대입니다. 한쪽은 손실이 제약이고 수익이 목표, 다른 한쪽은 목표만 있고 제약이 없어요. 제약 없는 최적화의 답은 항상 극단으로 갑니다. 그게 4편에서 본 전 재산 몰빵이고 7편에서 본 3배 레버리지고요.

실제 결과물이 이렇게 생겼습니다.

자산군비중
해외주식36.2%
국내주식25.1%
국내채권17.6%
대체투자14.7%
해외채권6.2%
단기자금0.2%

(2026년 4월 말 기준 금융부문 1,669.2조 원, 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 공시. 목표 비중은 매년 바뀝니다.)

뭐가 있는지보다 뭐가 없는지 보세요. 3배 레버리지 없습니다. 몰빵 종목 없습니다. "이번엔 다르다"도 없고요. 제일 큰 덩어리가 36%고, 성격이 다른 게 여섯 개 물려 있습니다. 지루하죠? 지루한 게 저 −8.2%의 정체입니다.

개인이 훔칠 수 있는 건 뭐냐

대체투자 245조 원어치를 여러분이 따라 살 수는 없습니다. 그건 훔칠 게 못 돼요. 훔칠 건 배분표가 아니라 순서입니다.

첫째, 최악의 해를 먼저 못 박습니다. 1년에 몇 % 벌지가 아니라, 1년에 몇 %까지 빠져도 안 팔고 버틸지를 숫자로 적으세요. −15%인지 −30%인지. 종목 고르기 전에요. 이 숫자가 없으면 나머지 다 의미 없습니다. 제약 없는 최적화니까요.

둘째, 비중을 먼저 정하고 종목은 나중에 고릅니다. 국민연금은 자산군 목표 비중이 먼저 나오고 그 안에서 종목이 결정됩니다. 개인은 반대로 하죠. 종목부터 고르고 비중은 그때그때 남는 돈으로. 그러다 보면 확신이 강한 종목에 자연스럽게 돈이 쏠리고, 확신은 상관없이 시장이 정합니다.

셋째, ρ\rho가 낮은 것끼리 섞습니다. 위에서 봤듯 ρ\rho가 1이면 몇 개를 사든 한 개입니다. 이름의 개수가 아니라 같이 안 움직이는 성질의 개수가 분산이에요.

넷째, 정해진 주기에 원래 비중으로 되돌립니다. 리밸런싱이요. 주식이 올라서 비중이 6대 4에서 7대 3이 됐다? 그럼 오른 걸 팔아서 안 오른 걸 삽니다. 손이 절대 안 가는 짓이라서 규칙으로 강제해야 합니다. 이거 안 하면 위험한도를 아무리 예쁘게 짜놔도 시간이 지나면서 저절로 주식 몰빵이 됩니다. 안 팔았는데 비중이 혼자 커지거든요.

다섯째, 레버리지 안 씁니다. 1,669조를 굴리면서 안 씁니다. 여러분이 왜 쓰십니까.

"그래도 S&P500이 15.6배잖아"

나올 반박 압니다. 29년에 S&P500이 15.6배, 국민연금이 7.9배. 두 배 차이인데 왜 저 지루한 짓을 하냐.

맞습니다. 안 팔았으면.

그 15.6배를 받으려면 2002년에 고점 대비 −37.6%, 2008년에 −37.0% 찍힌 계좌를 들고 아무것도 안 해야 했습니다. 그것도 연말 종가 기준으로 −37%지 장중엔 더 깊었고요. 그 두 번을 다 버티고 나서도 2022년에 또 −18.1%. 여러분 계좌가 반토막 났을 때 실제로 뭘 하셨는지 한번 떠올려 보세요.

근데 버티기 문제만도 아닙니다. 국민연금은 −37%를 못 견디는 게 아니라, 애초에 선택할 수가 없습니다. 얘들은 매달 연금을 지급해야 하거든요. 돈을 넣기만 하는 사람한테 하락은 참으면 지나가는 고통이지만, 돈을 빼야 하는 사람한테 하락은 확정 손실입니다. 바닥에서 자산을 팔아 지급하면 그 손실은 영영 안 돌아와요. 그래서 −37%짜리 배분안은 최적화 단계에서 그냥 탈락합니다.

여러분 계좌도 언젠가는 빼는 계좌가 됩니다. 그때 출렁임은 고통이 아니라 돈입니다.

오늘의 계산을 한 줄로

29년치 실측 데이터가 말하는 건 하나입니다. 출렁임을 3분의 1로 깎으면 수익은 4분의 1쯤 내주는데(μ\mu 11.55 → 7.52), 복리를 갉는 세금은 10분의 1로 줄고(σ2/2\sigma^2/2 1.61 → 0.14), 최악의 해는 4분의 1로 얕아집니다(−37.0 → −8.2). 이 교환비가 나쁘다고 생각하시면 오른쪽 끝에 서시면 됩니다. 대신 저 빨간 구덩이 두 개 바닥에서 안 판다는 조건으로요.

헤지펀드도 국민연금도 여러분보다 똑똑해서 저 자리에 있는 게 아닙니다. 시작할 때 질문이 달랐던 거예요.

얼마 벌지부터 정하면 아무거나 사게 된다. 얼마까지 잃어도 되는지부터 정하면, 살 수 있는 게 몇 개 안 남는다. 그 몇 개가 포트폴리오다.

이 시리즈가 여덟 편째 똑같이 박는 그 한 문장, 1,669조를 굴리는 데서도 안 바뀝니다. 손실부터 막아라.

오늘 계산은 전부 "넣기만 하는 계좌" 기준이었습니다. 근데 방금 말했듯 여러분 계좌는 언젠가 빼는 계좌가 돼요. 다음 편에서는 거기를 팝니다. 평균 수익률이 완전히 똑같고 나온 숫자들도 완전히 똑같은데, 순서만 뒤집었더니 한쪽은 30년을 버티고 한쪽은 12년 만에 0이 되는 계산. 인출이 끼는 순간 변동성은 고통이 아니라 파산 확률이 됩니다.


본문의 1997~2025년 수익률은 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 운용성과 공시(원화·금액가중 기준), S&P500 배당 재투자 총수익, 바클레이헤지 헤지펀드 지수(달러 기준)에서 받아 직접 계산했습니다. 셋은 기준통화와 수익률 산정 방식이 달라 완전히 같은 잣대의 비교가 아닙니다. 표준편차와 낙폭은 연간 수익률로 계산해 연중 등락을 잡지 못하고, 대체투자 비중이 큰 쪽은 시가 평가 주기 때문에 변동성이 눌려 보입니다. 헤지펀드 지수는 운용사 자진 보고라 망한 펀드가 빠지는 생존편향이 있어 실제보다 잘 나온 숫자입니다. 주식 10%/18%, 채권 4%/6% 같은 포트폴리오 예시는 공식을 보여주려고 만든 가상 수치 모델입니다. 특정 종목·상품의 매수·매도나 수익을 보장하지 않습니다. 국민연금의 목표 포트폴리오와 위험한도는 매년 바뀌니 확정 수치는 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 공시로, 상품별 구조와 비용은 이용 중인 증권사·운용사 공식 자료로 확인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