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글 마지막에 했던 말 기억하시나요? "큰 손실 한 방을 맞는게 아니더라도, 계좌가 그냥 위아래로 출렁이기만 해도 돈은 점점 줄어든다". 이번 글에선 이걸 증명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의 결론: 출렁임 그 자체가 돈이다
결론부터 박죠. 계좌가 출렁이는 폭 자체가 비용입니다. 두 사람이 똑같은 '평균 수익률'을 찍었어도, 더 심하게 출렁인 쪽이 실제로 손에 쥐는 돈은 더 적습니다.
우리가 "평균 몇 % 벌었다"고 말할 때, 그 평균은 두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여러분을 속이는 가짜 평균이고, 하나는 통장에 찍히는 진짜 평균입니다. 지금부터 가상의 펀드 두 개로 그 두 평균을 나란히 세워보겠습니다.
같은 평균 8%인데 뭐가 다르지?
100만 원으로 시작하는 펀드 두 개를 4년 굴려봅니다.
- 잔잔이 펀드: 매년 얌전하게 +8%, +8%, +8%, +8%
- 출렁이 펀드: +40%, −24%, +40%, −24%
출렁이 펀드 수익률 평균부터 내볼까요? (40 − 24 + 40 − 24) ÷ 4 = 32 ÷ 4 = 8%. 어라, 잔잔이랑 똑같이 연평균 8%가 나오네요. 그럼 4년 뒤 통장도 똑같아야 정상이죠? 계산기 두드려 봅시다.
| 연차 | 잔잔이 (+8%) | 출렁이 |
|---|---|---|
| 시작 | 100.0 | 100.0 |
| 1년 | 108.0 | 140.0 |
| 2년 | 116.6 | 106.4 |
| 3년 | 126.0 | 149.0 |
| 4년 | 136.0 | 113.2 |
(단위: 만 원)
같은 평균 8%인데 잔잔이는 136만 원, 출렁이는 113만 원입니다. 23만 원이 증발했어요. 웃긴 건, 출렁이 펀드가 3년 차엔 149만 원까지 치고 올라가서 잔잔이를 한참 앞섰다는 겁니다. 그래놓고 결승선에선 뒤졌어요. 신나게 출렁인 값을 마지막에 청구당한 거죠.
뻥튀기 평균과 진짜 평균
여기서 두가지 평균이 등장합니다.
산술평균은 우리가 아는 그 평균입니다. 다 더해서 개수로 나누기. 출렁이 펀드는 8%가 나왔죠? 문제는 이 숫자가 통장 잔고랑 손을 놓고 논다는 겁니다. 곱셈으로 굴러가는 자산에 덧셈으로 잰 평균을 갖다 붙였으니까요.
통장에 진짜 찍히는 건 기하평균입니다. 실제로 곱해진 결과를 되돌려서, 매년 몇 %씩 복리로 불었는지 뽑은 값이에요. 출렁이 펀드는 4년간 1.4 × 0.76 × 1.4 × 0.76 = 1.132배가 됐으니, 연 복리로 치면 약 3.1%입니다. 입으론 "나 평균 8% 벌었어"라고 우기는데, 실제로 불어난 속도는 3.1%였던 거죠. 그 5%p 가까운 틈이 바로 변동성이 가져간 여러분의 피같은 돈입니다.
정리하면 언제나 산술평균 ≥ 기하평균입니다. 방향은 항상 이쪽이고, 심하게 출렁일수록 둘 사이가 쫙 벌어져요. 잔잔이 펀드처럼 안 흔들리면? 두 평균이 딱 붙습니다(둘 다 8%). 흔들림이 0이면 통행료도 0이거든요.
손실은 '스윙의 제곱'으로 샌다
이 통행료가 얼마나 비싼지 보여드릴게요. 아예 평균을 0%로 맞춰버립시다. +x% 벌고 −x% 잃기. 산술평균은 당연히 0이니까, 상식적으론 "그럼 본전이겠네" 소리가 나오죠.
두 번 곱해봅니다.
중학교 때 배운 합차공식이죠? 결과가 딱 1 − x² 로 떨어집니다. 즉 사라지는 돈이 정확히 x의 제곱입니다. 표로 보면 이렇습니다.
| 왕복 스윙 | 두 번 후 남은 자산 | 사라진 돈 (= x²) |
|---|---|---|
| ±10% | 99% | 1% |
| ±20% | 96% | 4% |
| ±30% | 91% | 9% |
| ±50% | 75% | 25% |
| ±70% | 51% | 49% |
| ±90% | 19% | 81% |
무서운 포인트는, 스윙이 2배가 되면 손실은 4배로 뜁니다. ±10%일 땐 1%밖에 안 새는데, ±50%면 25%가 증발해요. 출렁임 5배 늘었다고 손해가 25배. 제곱이 원래 이렇게 매정합니다.
기하 ≈ 산술 − 변동성²/2
이걸 재무수학은 공식 한 줄로 박아뒀습니다. 용어 하나만 풀고 갈게요. 변동성은 수익률이 평균에서 얼마나 들쭉날쭉한지 재는 자입니다. 통계에선 표준편차라 부르고 보통 시그마(σ)로 씁니다. 이 변동성을 제곱한 게 분산이고요.
통장에 찍히는 수익률은, 산술평균에서 변동성의 제곱의 절반을 뺀 값이다. 출렁임이 클수록 빼는 양이 커지고, 여기 붙은 게 제곱이라 아까 표에서 본 '제곱의 저주'가 그대로 굴러 나옵니다.
아까 ±x 예시로 검산해 볼까요? 평균 0, 변동폭은 x. 그럼 기하 ≈ 0 − x² ÷ 2. ±50%면 대략 −12.5%가 나오죠. 실제로 두 번 곱한 값 −13.4%랑 얼추 맞습니다(근사식이라 스윙이 커지면 살짝 어긋나요). 공식이 예언한 그대로, 출렁임은 제곱으로 계좌를 갉습니다.
그림으로 보는 '평균은 같은데 결승선이 다른' 두 펀드
말로는 아직 얼떨떨하시죠? 그래프로 확인해보겠습니다.
파란 선이 잔잔이, 빨간 선이 출렁이입니다. 둘 다 연평균 8%로 똑같아요. 근데 빨간 선 보이시죠? 위로 신나게 튀었다가 아래로 처박기를 반복하다, 결승선에선 파란 선 발밑에서 끝납니다. 3년 차엔 분명히 149만 원까지 올라 앞섰는데 말이죠.
결론
지난편에 이어 이번 편의 내용을 합치면 내용이 완성됩니다.
지난 글에선 이렇게 말했죠? 큰 손실 한 방은 곱셈으로 계좌를 후려친다, 안 맞는 게 장땡이다. 2편은 여기에 추가로 큰 한 방이 없어도, 그냥 출렁이는 것만으로 진짜 수익(기하)이 뻥튀기 수익(산술) 아래로 깎인다, 그것도 출렁임의 제곱만큼.
출렁임을 줄이면 기하평균이 산술평균 쪽으로 바짝 붙고, 그건 곧 통장에 찍히는 복리 속도가 빨라진다는 뜻입니다. "덜 잃기"랑 "덜 출렁이기"는 같은 동전의 양면이고, 둘 다 결국 계좌를 지키는 쪽으로 굴러가는거죠. 그래서 고수는 수익률 자랑을 꺼내기 전에 "내 계좌 얼마나 출렁이나"부터 잽니다.
그럼 출렁임은 대체 어떻게 줄이나? 수익률은 안 깎고 변동성만 낮추는 방법이 있다면 사기 같겠지만, 놀랍게도 있습니다. 금융에서 거의 유일하게 '공짜 점심'이라 불리는 것, 바로 분산투자예요. 종목을 무작정 여러 개 담는 게 아니라, 서로 안 닮은 놈들을 담을 때 벌어지는 마법입니다. 다음 편에서 '상관관계'라는 단어로 그 공짜 점심을 계산해서 차려드리겠습니다. 여러분 계좌의 출렁임을 어떻게 깎는지 말이죠.
참고 자료: 본문의 "산술평균 ≥ 기하평균" 관계와 근사식 (기하평균 ≈ 산술평균 − 변동성²/2)은 재무·통계에서 정립된 표준 결과로, 종목이나 시대와 무관하게 성립합니다. 변동성이 복리 수익을 갉아먹는 이 현상은 흔히 '변동성 손실(variance drag)'로 불립니다. 실제 상품별 변동성·수수료·세금은 금융투자협회 및 각 증권사·국세청 공식 자료에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투자 유의사항: 이 글은 특정 종목·상품 투자 권유나 시장 전망, 수익 보장을 목적으로 하지 않습니다. +8%, ±50% 등의 수치는 계산 원리를 보여주기 위한 가상의 예시이며, 실제 수익이나 손실을 예측·보장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은 본인 책임 아래 신중히 내리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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