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편에선 매매 중독자를 깠습니다. 사고파는 행위 그 자체가 거래비용으로 계좌를 파먹어서, 본전 매매만 250번 반복해도 시드 절반이 증발한다고 계산까지 들이밀었죠 (지난 편 다시 보기). 그리고 오늘은 이 모든 걸 몇 배로 뻥튀기하는 물건인 레버리지에 대해 알아봅시다.

레버리지는 수익을 딱 배수만큼 늘려줍니다. 이건 정직해요. 근데 손실은 그 배수보다 더 크게 늘립니다. 위쪽은 곱하기, 아래쪽은 제곱. 그래서 시장이 제자리걸음만 쳐도 오래 들고 있으면 계좌가 조용히 녹습니다.

머릿속으로 이렇게 계산했을 겁니다.

2배 레버리지면 오를 때 2배 벌고 빠질 때 2배 잃고, 퉁치면 그냥 2배짜리 게임 아냐? 위험도 2배, 수익도 2배니까 공평하네.

아닙니다. 지금부터 이 생각을 완전히 깨드리겠습니다.

이틀이면 들통납니다

지수가 하루 +10% 올랐다가, 다음 날 -10% 빠졌다고 칩시다. 이틀 뒤 지수는 어디 있을까요?

1.10×0.90=0.991.10 \times 0.90 = 0.99

1.10은 10% 오른 것, 0.90은 10% 빠진 것. 둘을 곱하면 0.99, 즉 -1%입니다. 같은 폭으로 올랐다 빠졌는데 왜 본전이 아니냐? 2편에서 우려먹은 그 손익비대칭 때문이죠. 오를 땐 작은 돈에 곱하고, 빠질 땐 불어난 돈에 곱하니까 빠질 때 더 많이 깎입니다.

자, 여기에 레버리지를 얹어봅니다. 2배는 지수 +10%면 +20%, -10%면 -20%로 움직이죠.

구분오른 날빠진 날이틀 뒤손실
지수 (1배)+10%−10%×0.99−1%
2배+20%−20%×0.96−4%
3배+30%−30%×0.91−9%

지수는 1% 빠졌습니다. 2배는 4% 빠졌고요. 어라? 2배 걸었는데 손실은 4배네. 3배는 9% 빠졌습니다. 지수 손실의 9배. 눈치채셨죠?

11,24,391\text{배} \to 1\text{배}, \quad 2\text{배} \to 4\text{배}, \quad 3\text{배} \to 9\text{배}

손실이 배수의 제곱으로 커집니다. 2² = 4, 3² = 9. 레버리지 배수를 LL이라 두면, 이런 출렁임에서 나는 손실은 대략 L2L^2에 비례해요. 여기서 LL은 레버리지 배수, 그러니까 2배면 2, 3배면 3입니다. 위쪽 수익은 얌전히 LL배로 커지는데, 아래쪽은 제곱으로 튄다는 거죠.

1년 내내 반복하면

이틀짜리 장난처럼 보이죠? 이걸 1년 돌려보겠습니다. 지수가 하루 +3%, 다음 날 -3%로 계속 지그재그만 치는, 방향은 없이 출렁이기만 하는 횡보장을 가정합니다. 250 거래일 내내 이 지그재그를 반복하면 자산 곡선이 이렇게 흘러갑니다.

방향 없는 횡보장 1년, 레버리지별 남은 자본 지수 하루 ±3% 지그재그 · 250거래일 · 시작 자본 대비 % 100% 75% 50% 25% 0% 시작 6개월 1년 89% 64% 36% 1배 (지수 그대로) 2배 3배

1년 뒤 성적표입니다.

레버리지1년 뒤 남은 자본잃은 금액
1배 (지수 그대로)89.4%−10.6%
2배63.7%−36.3%
3배36.2%−63.8%

지수는 방향 없이 제자리 출렁임만 쳤는데도 1배가 10% 넘게 녹았습니다. 이게 2편에서 증명한 변동성 손실이죠. 여기까진 예습한 얘기고. 진짜는 레버리지가 이걸 증폭시킨다는 겁니다. 2배는 36%, 3배는 무려 64%가 사라졌어요. 지수는 1년 내내 오르지도 내리지도 않았는데, 3배 레버리지 든 사람 계좌는 3분의 1로 쪼그라들었습니다. 폭락 한 방 없이. 조용히.

왜 이렇게 되냐면

식으로 못 박겠습니다. 2편에서 만든 변동성 손실 공식 기억나시죠? 실제로 손에 쥐는 복리 수익률은 이렇게 근사됩니다.

gμσ22g \approx \mu - \frac{\sigma^2}{2}

gg는 실제로 손에 쥐는 복리 수익률(기하평균), μ\mu(뮤)는 하루하루 수익률을 그냥 평균 낸 값(산술평균), σ\sigma(시그마)는 변동성, 즉 수익률이 얼마나 출렁이는지를 재는 표준편차입니다. σ2\sigma^2은 그 시그마를 제곱한 값이고요. 이 σ22\frac{\sigma^2}{2}가 흔들림이 갉아먹는 몫입니다. 많이 출렁일수록 이 항이 커져서 실제 수익을 깎아요.

여기에 레버리지 LL을 걸면 두 값이 동시에 바뀝니다. 평균 수익률도 LL배, 흔들림도 LL배. μ\muLμL\mu로, σ\sigmaLσL\sigma로 커지죠. 이걸 위 식에 그대로 넣습니다.

gLLμ(Lσ)22=LμL2σ22g_L \approx L\mu - \frac{(L\sigma)^2}{2} = L\mu - \frac{L^2\sigma^2}{2}

보이시죠? 앞의 수익 항 LμL\muLL에 정비례합니다. 2배 걸면 딱 2배. 정직해요. 근데 뒤의 손실 항 L2σ22\frac{L^2\sigma^2}{2}L2L^2에 비례합니다. 2배 걸면 4배, 3배 걸면 9배. 아까 이틀짜리 계산에서 봤던 그 제곱이 여기 그대로 박혀 있는 거예요.

숫자 대입해서 확인하기

지수의 하루 평균 수익률 μ=0.05%\mu = 0.05\%(0.0005), 하루 변동성 σ=1.5%\sigma = 1.5\%(0.015)라고 잡겠습니다. 이번엔 살짝 우상향하는 시장이에요.

  • 1배: g=0.00050.01522=0.00050.0001125=0.0003875g = 0.0005 - \dfrac{0.015^2}{2} = 0.0005 - 0.0001125 = 0.0003875 → 250일이면 약 +10.2%
  • 2배: g=2×0.000522×0.01522=0.0010.00045=0.00055g = 2 \times 0.0005 - \dfrac{2^2 \times 0.015^2}{2} = 0.001 - 0.00045 = 0.00055 → 약 +14.7%
  • 3배: g=3×0.000532×0.01522=0.00150.0010125=0.0004875g = 3 \times 0.0005 - \dfrac{3^2 \times 0.015^2}{2} = 0.0015 - 0.0010125 = 0.0004875 → 약 +13.0%

수익 항(LμL\mu)은 3배가 제일 큽니다(0.0015). 근데 손실 항이 제곱으로 튀어서(0.0010125) 다 뱉어내고, 결국 3배가 2배보다 못 법니다.

레버리지엔 정점이 있다

방금 그 계산에서 뭔가 이상한 거 못 느끼셨어요? 우상향하는 좋은 시장인데도, 2배는 벌었는데 3배는 오히려 덜 벌었습니다. 레버리지를 키울수록 수익이 커지다가, 어느 지점을 넘으면 도로 줄어들어요. 그 정점을 넘기면 아무리 좋은 시장이어도 레버리지가 높을수록 가난해집니다.

그 정점이 여기입니다.

L=μσ2L^* = \frac{\mu}{\sigma^2}

LL^*(엘스타)는 수익이 최대가 되는 레버리지 배수입니다. 위 예시 숫자를 넣으면 L=0.00050.0152=0.00050.0002252.2L^* = \dfrac{0.0005}{0.015^2} = \dfrac{0.0005}{0.000225} \approx 2.2배. 이걸 넘겨서 3배, 4배 걸면 수익이 도로 깎입니다. 4편에서 뜯은 켈리 기준이랑 정확히 같은 뼈대예요. 최적 베팅 크기를 넘으면 기대수익이 아니라 파산 쪽으로 달려간다는 그 얘기죠.

근데 여기 진짜 함정이 있습니다. 이 LL^*을 계산하려면 미래의 μ\muσ\sigma를 알아야 해요. 미래 수익률 μ\mu를 여러분이 압니까? 모르죠. 시장이 정하는 거니까. 반면 변동성이 갉는 L2σ22\frac{L^2\sigma^2}{2}, 이 손실은 시장이 출렁이기만 하면 무조건 확정으로 나갑니다. 수익 쪽은 '잘하면' 붙는 도박이고, 손실 쪽은 '가만히 있어도' 새는 세금이에요.

한 방 맞으면 회복이 불가능해진다

조용히 녹는 것도 무섭지만, 크게 한 방 맞았을 때가 더 끔찍합니다. 포지션을 그 배수로 들고 하락을 그대로 맞았다고 칩시다.

지수 하락1배: 필요 회복2배 (계좌 → 필요 회복)3배 (계좌 → 필요 회복)
−10%+11.1%−20% → +25%−30% → +42.9%
−20%+25%−40% → +66.7%−60% → +150%
−30%+42.9%−60% → +150%−90% → +900%
−50%+100%−100% → 청산−100% → 청산

지수가 반토막(−50%) 나면 1배 든 사람은 100% 벌어야 본전이라도 칩니다. 힘들어도 가능은 하죠. 근데 2배, 3배는? 지수 -50%에 계좌가 -100%, 청산입니다. 돈이 0이 되는 순간 끝이에요. 0에 뭘 곱해도 0이니까. 그 뒤로 시장이 열 배가 오르든 백 배가 오르든 여러분 몫은 0입니다. 회복이 어려운 게 아니라, 회복이라는 단어 자체가 사라지는 거예요.

그래서 레버리지가 무조건 악이냐

아뇨, 그렇게까진 안 갑니다. 방향이 확실하고 흔들림 적은 상승장을 미리 안다면, 적당한 레버리지는 수익을 키워줘요. 위 계산에서도 2배가 1배보다 많이 벌었잖아요. 문제는 그 '미리 안다면'이에요. 그걸 아는 사람이 있으면 이런 글 안 읽고 이미 섬 하나 샀겠죠.

확실한 건 딱 하나입니다. 시장이 출렁이는 한 L2L^2짜리 손실은 무조건 확정으로 나간다는 것. 수익은 확률, 손실은 확정. 이 비대칭 앞에서 답은 정해져 있습니다.

레버리지는 이 블로그가 지금까지 깐 세 가지를 한 몸에 담고 있어요. 변동성 손실을 제곱으로 키우고, 손익비대칭을 극단으로 밀고, 청산이라는 이름의 파산 확률을 얹습니다. 위쪽 수익을 LL배 얻겠다고 아래쪽 위험을 L2L^2배로 여는 거래. 여러분이라면 하시겠습니까?

레버리지는 위를 L배로, 아래를 L제곱배로 키운다. 그러니 늘려야 할 건 배수가 아니라 손실부터 막는 규율이다.

이 시리즈가 매 편 똑같이 박는 그 한 문장, 레버리지 편에서도 안 바뀝니다. 손실부터 막아라.

레버리지까지 왔으니 이제 방어의 실전으로 넘어갈 때네요. 다음 편엔 그 유명한 손절을 뜯습니다. 왜 초보의 손절은 늘 최악의 자리에서 터지는지, 손절선을 감이 아니라 숫자로 긋는 법을 계산해서 들고 오겠습니다.


본문의 하루 ±3% 지그재그, 250거래일, 평균 수익률 0.05%·변동성 1.5%, 레버리지 2·3배 등은 레버리지 배수와 손실의 관계(LLL2L^2)를 보여주려고 만든 가상 수치 모델입니다. 특정 종목·상품의 매수·매도나 수익을 보장하지 않습니다. 레버리지 상품의 실제 구조·비용·청산 조건은 상품별로 다르니 이용 중인 증권사와 거래소·운용사의 공식 자료로 확인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