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

경제학에서 제일 유명한 격언이죠? 투자판에서도 이게 철칙처럼 굴러다닙니다. 수익을 더 원하면 위험을 더 감수해라, 뭔가를 얻으려면 뭔가를 내놔라.

근데 여러분, 이 격언에 딱 하나 허점이 있습니다. 위험은 깎으면서 수익은 한 푼도 안 내놔도 되는 치트키 같은 자리! 해리 마코위츠라는 양반이 이걸 수학 계산으로 증명해서 무려 노벨상까지 받아갔어요. 오늘 그 공짜 점심을 직접 차려서 여러분 앞에 놓아드리겠습니다. 딱 계산기만 두드려보고 따라오세요.

먼저 밥 먹기 전에 지난 두 편 내용 가볍게 복습하고 가야죠?

  • 1편: 큰 손실 한 방이 곱셈으로 계좌를 후려친다 (20% 잃으면 본전 오는데 25% 필요하다는 손익 비대칭성)
  • 2편: 큰 한 방이 없어도 계좌가 출렁이기만 하면 진짜 복리 수익(기하평균)이 뻥튀기 수익(산술평균) 밑으로 깎인다 (그것도 출렁임의 제곱만큼!)

그래서 나온 숙제가 "그럼 그놈의 출렁임을 어떻게 줄이냐"였죠? 지금부터 설명드리겠습니다.


안 닮은 놈 둘을 반반 담아라

결론부터 아주 강렬하게 박고 시작합니다.

서로 안 닮게 움직이는 자산 둘을 반반씩 담으면, 평균 수익률은 그대로인데 출렁임만 뚝 떨어집니다. 수익을 깎아서 위험을 산 게 아니에요. 그냥 공짜로 위험이 줄어듭니다. 이게 왜 되는지, 얼마나 되는지, 언제 안 되는지까지 오늘 숫자로 다 짚어드릴게요.


"종목 많이 담으면 분산투자가 끝인가요?"

여기서 이렇게 생각할 분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아 그거 나도 알아요.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거잖아! 종목 열 개, 스무 개 사서 나눠 담으면 장땡 아닌가요?"

맞는 말이긴 합니다. 그치만 100% 맞는 말은 아닙니다. 중요한건 '몇 개나 샀냐'가 아니라 '얼마나 안 닮았냐'예요.

잘나가는 국내 반도체 주식 열 개를 담았다고 칩시다. 시장이 기침하면 열 개가 사이좋게 같이 감기 걸립니다. 바구니를 열 개로 나눴는데, 알고 보니 그 바구니 열 개가 다 같은 트럭에 실려서 같은 절벽으로 굴러가고 있다면 그게 나눈 건가요? 담은 개수만 늘렸지, 계좌가 위아래로 요동치는 출렁임은 거의 그대로입니다. 왜 그런지는 뒤에서 추가로 설명하겠습니다.


카누에 탄 두 사람 이야기

숫자 들어가기 전에 일상적인 비유 하나만 하고 가시죠.

카누에 두 사람이 탔습니다. 둘 다 앞으로 열심히 노를 젓죠. 그래서 배는 앞으로 나아갑니다. 이게 우리의 수익이에요. 근데 노 저을 때 몸이 좌우로 흔들리잖아요? 이게 계좌의 출렁임(위험)입니다.

만약 두 사람이 똑같은 박자로, 같은 쪽으로 몸을 흔들면 어떻게 될까요? 배가 미친 듯이 기우뚱거리다가 잘못하면 뒤집힙니다.

근데 한 사람이 왼쪽으로 기울 때 다른 사람이 오른쪽으로 기울어주면요? 두 사람의 흔들림이 서로 상쇄되면서 배는 평평하게 뜬 채로 그냥 앞으로만 쭉쭉 갑니다. 여기서 중요한 거! 앞으로 가는 속도는 둘 다 똑같습니다. 노는 두 사람 다 열심히 젓고 있으니까요. 사라진 건 오직 기우뚱거림(위험)뿐입니다.

이게 오늘 이야기의 전부예요. 수익(전진)은 그대로, 위험(기우뚱)만 상쇄! 두 자산이 서로 반대로 삐끗해줄 때 벌어지는 수학적 마법입니다.


문과생도 이해하는 자산 배분 계산법

이제 계산기를 두드려봅시다. 두 자산을 A, B라고 할게요. 계산이 복잡하면 머리 아프니까 가장 깔끔한 가상 모델로 세우겠습니다.

  • 둘 다 기대수익률이 똑같이 연 8%
  • 둘 다 출렁임(표준편차)이 똑같이 연 20%
  • 계좌에 반반씩**(50:50) 담는다**

먼저 수익률부터 볼까요? 반반 섞은 포트폴리오의 평균 수익률은 그냥 두 수익률의 평균입니다.

8%+8%2=8%\frac{8\% + 8\%}{2} = 8\%

그대로죠? 8%짜리랑 8%짜리를 섞었으니 당연히 8%입니다. 여기서 아무것도 안 깎였다는 게 오늘의 공짜 점심 핵심입니다. 자, 이제 마법이 벌어지는 출렁임을 봅시다. 두 자산을 반반 섞었을 때 포트폴리오의 출렁임 공식은 수학적으로 이렇게 생겼습니다.

σ포트폴리오=σ×1+ρ2\sigma_{\text{포트폴리오}} = \sigma \times \sqrt{\frac{1+\rho}{2}}

💡 여기서 ρ\rho(로)는 뭔가요?
바로 상관계수라는 녀석입니다. 두 자산이 얼마나 닮게 움직이는지를 1-1부터 +1+1까지로 잰 숫자예요.

  • +1+1: 완벽한 판박이 (같이 오르고 같이 내림)
  • 00: 완전 남남 (서로 상관없이 따로 놈)
  • 1-1: 정반대 (하나 오르면 하나 내림)

우리 예시는 각자 출렁임(σ\sigma)이 20%로 같으니까, 결국 남는 출렁임은 저 루트(\sqrt{\quad}) 부분에 따라 운명이 갈립니다. 숫자 넣어볼게요!

  • ρ=1\rho = 1 (완전 판박이 자산 섞기):
    20%×1+12=20%×1=20%20\% \times \sqrt{\frac{1+1}{2}} = 20\% \times \sqrt{1} = 20\%
    출렁임이 그대로 20%입니다. 하나도 안 줄었죠? 아까 말한 반도체 주식 열 개 섞은 게 딱 이 꼴입니다. 닮은 놈끼리 섞으면 헛수고예요.
  • ρ=0\rho = 0 (아무 관계 없는 남남 자산 섞기):
    20%×1+02=20%×0.520%×0.707=14.1%20\% \times \sqrt{\frac{1+0}{2}} = 20\% \times \sqrt{0.5} \approx 20\% \times 0.707 = 14.1\%
    어라? 수익률은 8% 그대로인데 출렁임이 20%에서 14.1%로 뚝 떨어졌습니다. 약 29%나 위험이 감소했어요. 공짜로요!
  • ρ=1\rho = -1 (완벽한 청개구리 자산 섞기):
    20%×112=20%×0=0%20\% \times \sqrt{\frac{1-1}{2}} = 20\% \times 0 = 0\%
    출렁임이 아예 증발했습니다. 노 젓는 두 사람이 완벽하게 반대로 기울어서 배가 미동도 안 하는 상태가 된 거죠. 수익 8%는 그대로 챙기면서 말이죠!

한눈에 표로 정리해 드릴게요. 각자 20%씩 출렁이던 자산 둘을 반반 담았을 때의 결과입니다.

상관계수 ρ\rho남는 출렁임원래 대비 위험도
+1.0 (판박이)20.0%변함없음 (분산 효과 0)
+0.517.3%13% 감소
0.0 (남남)14.1%29% 감소 (공짜 점심 시작)
-0.510.0%50% 감소
-1.0 (정반대)0.0%완전 증발 (무위험)

보시다시피 수익률 칸은 아예 없죠? 어떤 상관계수든 수익률은 8%로 꼼짝도 안 하니까요. 왼쪽(정반대)으로 갈수록 순수하게 위험만 쏙 빠집니다.

이 관계를 그래프로 보면 직관적으로 이해가 되실 겁니다.

두 자산을 반반 섞으면 남는 출렁임 각자의 출렁임을 100%로 봤을 때 100% 71% 50% 0% -1 -0.5 0 0.5 1 상관계수 ρ (왼쪽=정반대 · 오른쪽=판박이) 정반대 → 0% (증발) 남남 → 71% 판박이 → 100% (그대로)

곡선이 오른쪽 위에서 왼쪽 아래로 미끄러져 내려가죠? 가운데 남남(ρ=0\rho=0) 자리만 가도 벌써 원래 출렁임의 71% 수준으로 뚝 떨어집니다. 이 내려간 만큼이 전부 여러분 계좌에 공짜 보너스로 들어오는 거예요. 왜냐고요? 수익률 8%는 저 위에서 꿈쩍도 안 하고 버티고 있으니까요.


그래서 내 통장엔 얼마가 더 남나요?

"출렁임 좀 줄었다고 뭐가 대수냐, 결국 버는 돈은 똑같이 8% 아니냐" 하시는 분들! 2편에서 배운 공식 기억 소환해 봅시다. 진짜 복리 수익률(기하평균)은 요렇게 계산된다고 했었죠?

기하평균산술평균출렁임22\text{기하평균} \approx \text{산술평균} - \frac{\text{출렁임}^2}{2}

출렁임이 제곱으로 계좌를 갉아먹는 유령 같은 '변동성 손실' 기억나시죠? 그럼 출렁임을 깎으면 이 손실도 같이 줄어들겠네요? 직접 대입해 봅시다.

  • 자산 하나만 몰빵해서 들고 갈 때 (출렁임 20%):
    8%(20%)22=8%2%=6%8\% - \frac{(20\%)^2}{2} = 8\% - 2\% = 6\%
  • 남남인 자산 둘을 반반 섞었을 때 (출렁임 14.1%):
    8%(14.1%)22=8%1%=7%8\% - \frac{(14.1\%)^2}{2} = 8\% - 1\% = 7\%

진짜 복리 수익률이 6%에서 7%로, 딱 1%포인트 올랐습니다. 대박 종목을 발굴한 것도 아니고, 수익률 예측을 기가 막히게 한 것도 아닙니다. 그냥 안 닮은 짝꿍 하나 옆에 붙여줬을 뿐인데 말이죠.

"고작 1% 가지고 호들갑이냐" 하실까 봐 준비했습니다. 원금 100만 원을 들고 딱 30년 굴려볼게요.

  • 6% 복리로 30년 굴리면: 100만 원 \rightarrow 약 574만 원
  • 7% 복리로 30년 굴리면: 100만 원 \rightarrow 약 761만 원

무려 187만 원 차이입니다. 최종 자산이 원금의 33%나 더 불어났어요. 종목 잘 골라서 번 돈이 아니라, 안 닮은 놈 골라서 섞어둔 대가로 시장이 준 보너스입니다.


잔인한 수학: 많이 담아도 소용없는 이유

아까 미뤄둔 '반도체 주식 열 개' 문제를 수학적으로 확실하게 끝장내 드릴게요. 같은 출렁임(σ\sigma)을 가진 자산을 똑같은 비율로 여러 개(NN개) 늘려 담을 때, 남는 출렁임의 공식입니다.

  • 서로 남남(ρ=0\rho=0)인 자산을 여러 개 담을 때:
    개수를 늘릴수록 위험이 100%71%50%20%100\% \rightarrow 71\% \rightarrow 50\% \rightarrow 20\%로 쭉쭉 내려갑니다. 많이 담을수록 0%를 향해 수렴하죠. 이게 우리가 아는 아름다운 분산투자입니다.
  • 서로 아주 닮은(ρ=0.9\rho=0.9) 자산을 여러 개 담을 때:
    여기서 잔인한 수학적 한계가 등장합니다. 아무리 자산 개수 NN을 100개, 1000개로 늘려도 남는 출렁임은 0.9\sqrt{0.9}, 즉 약 95% 밑으로는 절대로 안 내려갑니다. 왜냐? 다들 같은 방향으로 기우니까, 노 젓는 사람을 백 명으로 늘려봤자 배는 똑같이 한쪽으로 뒤집어지거든요.

수학적으로 자산을 무한히 늘려도 남는 위험의 하한선은 ρ\sqrt{\rho}라는 바닥에 딱 걸리게 됩니다. 반면 남남(ρ=0\rho=0)이면 바닥이 0이라 담는 대로 위험이 싹 빠지죠. "몇 개나 샀냐"가 아니라 "얼마나 안 닮았냐"가 전부라는 걸 이 ρ\sqrt{\rho} 바닥이 증명합니다.


세상에 완벽한 치트키는 없다

여기까지 읽으시면 머리 회전 빠른 분들은 이런 생각 하실 겁니다.
"그럼 상관계수가 1-1인 완벽한 청개구리 짝꿍 찾아서 섞으면 출렁임이 0이네? 완전 무위험으로 돈 버는 거 아님? 왜 다들 안 해?"

  1. 현실엔 완벽한 1-1이 없습니다: 수익률도 좋고 출렁임도 적당한데 방향만 딱 정반대인 자산? 시장 참가자들이 바보가 아닙니다. 그런 게 보이면 순식간에 돈이 몰려서 그 틈새(차익 기회)가 바로 메워져 버립니다.
  2. 위기 상황엔 다 같이 손잡고 손실을 봅니다: 이게 진짜 얄궂은 현상인데요. 평소엔 안 닮아서 따로 놀던 자산들이, 주식 시장이 제대로 박살 나는 금융위기 순간이 오면 갑자기 커플링이 되면서 다 같이 손잡고 지하로 내려갑니다. 상관계수 ρ\rho가 순식간에 11 근처로 튀어 오르는 거죠. 공짜 점심이 가장 간절한 순간에 식당 문이 닫히는 셈입니다.

그러니 안 닮은 걸 섞는 기술은 아주 강력한 무기이지만, 만능 방패는 아니라는 점을 꼭 기억하셔야 합니다.


자, 지금까지 달린 3편의 내용을 아름답게 한 줄씩 묶어볼까요?

  • 1편: 큰 손실 한 방은 곱셈으로 계좌를 후려친다. 일단 안 맞는 게 장땡이다.
  • 2편: 큰 한 방이 없어도 출렁임 자체가 제곱으로 복리를 갉아먹는다. 변동성을 잡아라.
  • 3편: 그 출렁임은 '안 닮은 자산'을 반반 섞어서 수익 손실 없이 공짜로 깎을 수 있다.

세 편이 다 같은 곳을 가리키고 있죠? "더 많이 벌려고 날뛰지 말고, 덜 잃고 덜 출렁이게 계좌 수비부터 해라."

근데 여러분, 여기까지 수학적으로 예쁘게 포트폴리오를 짜놨어도 한 방에 계좌를 말아먹을 수 있는 치명적인 마지막 퍼즐이 하나 남았습니다. 안 닮은 자산을 아무리 잘 골라놨어도, 한 판에 내 돈을 얼마를 걸 거냐(비중)를 잘못 정하면 위에서 쌓은 탑이 다 도로아미타불이 되거든요.

한 판에 계좌의 몇 %를 태워야 가장 빠르게 자산이 복리로 늘어날까요? 감으로 때려 맞추면 굼벵이가 되거나 파산합니다. 여기에도 수학이 정해준 '최적의 판돈 계산법'이 있습니다. 다음 편에서 내 계좌를 지키면서 수익률을 극대화하는 "최적의 베팅 비율"을 숫자로 정확히 재드리겠습니다. 다음 편 기대해 주세요!


📚 참고 자료

  • 본문의 두 자산 포트폴리오 변동성 공식(σp=σ(1+ρ)/2\sigma_p = \sigma\sqrt{(1+\rho)/2})과 NN개 자산 분산 시 위험의 하한선(ρ\sqrt{\rho})은 해리 마코위츠(Harry Markowitz)의 현대 포트폴리오 이론(Modern Portfolio Theory, 1952)에서 정립된 표준 수학적 결과입니다.
  • 기하평균 수익률의 근사식(기하평균산술평균σ2/2\text{기하평균} \approx \text{산술평균} - \sigma^2/2) 역시 재무학 및 시계열 통계에서 널리 쓰이는 표준 모델입니다.
  • 실제 시장의 자산군별 상관계수 및 변동성은 거시경제 환경에 따라 수시로 변하므로, 투자 전 금융투자협회 및 각 증권사의 최신 통계 데이터를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이 글은 특정 종목·상품에 대한 투자 권유나 수익을 보장하는 것이 아닙니다. 본문에 사용된 수치(8%, 20%, 상관계수 등)는 자산배분의 수학적 원리를 쉽게 설명하기 위해 설정한 가상의 예시 데이터입니다. 모든 투자 판단과 그에 따른 결과는 투자자 본인에게 책임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