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률 60%짜리 기법을 찾았습니다. 이제 전 재산을 넣으면 될까요?

놀랍게도 전 재산을 넣을수록 계산상 기대수익은 커집니다.
그리고 더 놀랍게도, 그 짓을 계속 반복하면 거의 확실하게 파산합니다.

앞뒤가 안 맞는 것 같죠? 그런데 계산해보면 둘 다 맞다고 합니다.

투자에서 기대수익만 보고 비중을 키우면 안 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좋은 기회를 찾아내는 것과 그 기회에 돈을 얼마나 넣을지는 완전히 다른 문제거든요.

오늘의 결론부터 박겠습니다.

수익 확률이 아무리 유리해도 비중을 지나치게 키우면 복리 성장률은 오히려 떨어집니다.

많이 거는 것이 더 많이 버는 방법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적당히 거는 것’에 장기 성장률이 가장 높은 지점이 따로 있습니다.

그 지점을 계산하는 공식이 바로 켈리 공식(Kelly criterion)입니다.

지난 편에서는 서로 닮지 않은 자산을 섞으면 기대수익을 깎지 않고도 계좌의 출렁임을 줄일 수 있다는 걸 봤습니다. 그런데 포트폴리오를 아무리 예쁘게 섞어놔도 비중을 개판으로 잡으면 다 소용없습니다.

방탄복을 잘 입어놓고 절벽에서 뛰어내리면 방탄복 회사 잘못은 아니잖아요?ㅋㅋㅋ


승률 60%면 몰빵해도 되는 것 아닌가요?

아주 단순한 가상 투자 기회를 하나 만들겠습니다.

매번 투자할 때마다 결과는 둘 중 하나입니다.

  • 60% 확률로 투자한 금액만큼 수익: +100%
  • 40% 확률로 투자한 금액 전부 손실: -100%

실제 종목을 묘사하는 게 아니라 비중의 원리를 보기 위한 수학 모델입니다.

1만 원을 투자하면 60% 확률로 2만 원이 되고, 40% 확률로 0원이 됩니다.

기대수익을 계산해보겠습니다.

60% × (+100%) + 40% × (-100%)

= +60% - 40%

= +20%

명백하게 유리한 기회입니다.

한 번 할 때마다 투자금 기준 기대수익이 +20%라니.. 당연하게도 현실에 이런 투자수단은 없겠지만, 상상만 해도 행복하죠?

그러면 머릿속에서 바로 이런 소리가 들립니다.

“기대수익이 플러스면 많이 넣을수록 많이 버는 거잖아요? 전 재산 넣어야죠.”

산술적으로만 보면 맞습니다.

전체 자산 중 투자 비중을 (f)라고 하면 한 번의 기대 계좌수익률은 다음과 같습니다.

기대 계좌수익률=0.2f\text{기대 계좌수익률} = 0.2f

비중을 10% 넣으면 기대 계좌수익률은 +2%, 50% 넣으면 +10%, 100% 넣으면 +20%입니다.

투자 비중한 번의 기대 계좌수익률
10%+2%
20%+4%
50%+10%
100%+20%

표만 보면 정답은 100%입니다.

기대수익을 가장 크게 만드는 방법은 전 재산 몰빵이에요.

자, 이제 그 계산대로 전 재산을 넣고 이 기회를 계속 반복해보죠.

한 번이라도 지면 자산이 0원이 됩니다.

10번 동안 한 번도 지지 않을 확률은 다음과 같습니다.

0.6100.006050.6^{10} \approx 0.00605

0.6%입니다.

반대로 10번 안에 한 번이라도 져서 파산할 확률은 100% - 0.6%, 즉, 약 99.4%입니다.

승률이 무려 60%인데 열 판만 반복하면 거의 전부 파산합니다. 웃기죠? 한 판 한 판은 유리한데, 비중을 잘못 잡는 순간 개꽁돈 금광에서 피같은 돈만 다 반납하고 갑니다.

계속 반복할수록 전승 확률 (0.6^N)은 0으로 수렴합니다. 결국 전액 베팅자는 언젠가 손실이 한번만 나오더라도, 그동안 번 모든 재산을 다 날리는거죠.

기대값이 플러스라는 사실은 파산하지 않는다는 뜻이 아닙니다.

이 둘을 섞어버리면 투자판에서 아주 비싼 수업료를 내게 될겁니다.


전 재산이 아니라 일정 비율만 넣어봅시다

이번에는 매번 전체 자산 중 일정 비율만 투자하겠습니다.

그 비율을 (f)라고 하죠.

  • 이기면 전체 자산은 (1+f)배
  • 지면 전체 자산은 (1-f)배

비중이 20%라면 이겼을 때 자산은 1.2배, 졌을 때는 0.8배가 됩니다.

처음 자산을 (W_0), 총 (N)번 중 이긴 횟수를 (W), 진 횟수를 (L)이라고 하면 마지막 자산은 다음과 같습니다.

WN=W0(1+f)W(1f)LW_N = W_0(1+f)^W(1-f)^L

여기서 중요한 건 자산이 더하기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매번 수익과 손실이 기존 자산에 곱해집니다.

지난 편들에서 지겹게 본 바로 그 복리 구조죠.

장기적으로 승률이 60%라면 전체 횟수 중 약 60%는 이기고 40%는 집니다. 따라서 한 번당 장기 복리 성장률은 다음 로그식으로 나타낼 수 있습니다.

g(f)=0.6ln(1+f)+0.4ln(1f)g(f) = 0.6\ln(1+f) + 0.4\ln(1-f)

갑자기 로그가 나왔다고 도망가지 마세요.

로그는 곱셈을 덧셈으로 바꿔주는 계산 도구입니다. 자산이 (1+f), (1-f)처럼 계속 곱해지니까 그 장기 성장 속도를 계산하려고 로그를 씁니다.

쉽게 말하면 (g(f))는 한 번 반복할 때마다 내 자산이 복리로 얼마나 빨리 커지거나 작아지는지를 나타냅니다.

이 값을 가장 크게 만드는 투자 비중이 우리가 찾는 정답입니다.


계산기가 정해준 최적 비중은 20%

성장률이 가장 높은 지점을 찾으려면 (g(f))를 미분해서 기울기가 0이 되는 곳을 찾습니다.

g(f)=0.61+f0.41fg'(f) = \frac{0.6}{1+f} - \frac{0.4}{1-f}

이를 0으로 놓겠습니다.

0.61+f=0.41f\frac{0.6}{1+f} = \frac{0.4}{1-f}

양변을 정리하면,

0.6(1f)=0.4(1+f)0.6(1-f) = 0.4(1+f) 0.60.6f=0.4+0.4f0.6-0.6f = 0.4+0.4f 0.2=f0.2=f

최적 비중은 전체 자산의 20%입니다.

두 번째 미분값도 확인해보겠습니다.

g(f)=0.6(1+f)20.4(1f)2<0g''(f) = -\frac{0.6}{(1+f)^2} -\frac{0.4}{(1-f)^2} <0

항상 음수이므로 그래프는 산처럼 아래로 굽어 있습니다.

즉, 20%는 어쩌다 걸린 숫자가 아니라 성장률이 가장 높은 꼭대기입니다.

20%보다 적게 넣으면 좋은 기회를 충분히 활용하지 못합니다. 반대로 20%보다 많이 넣으면 손실 때 잘려 나가는 자산이 너무 커져 복리 성장률이 다시 떨어집니다.

덜 거는 것도 손해고, 더 거는 것도 손해입니다.

많이 걸수록 성장률도 계속 높아질 것 같았는데 아니죠?

투자 비중에는 액셀만 있는 게 아닙니다. 어느 순간부터 액셀을 더 밟으면 엔진이 빨리 도는 게 아니라 차가 벽에 처박힙니다.


100번 반복하면 차이가 얼마나 날까

승률대로 정확히 60승 40패가 나왔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처음 자산은 1이라고 두겠습니다.

비중별 최종 자산은 다음 식으로 계산합니다.

(1+f)60(1f)40(1+f)^{60}(1-f)^{40}

결과를 보죠.

매번 투자하는 비중한 번당 로그 성장률60승 40패 후 자산결과
0%0%1.00배아무것도 안 함
10%약 +1.50%약 4.50배성장
20%약 +2.01%약 7.49배최대 성장
30%약 +1.47%약 4.37배수익은 나지만 둔화
40%약 -0.24%약 0.78배유리한 게임에서 손실
50%약 -3.40%약 0.033배자산 약 96.7% 감소
100%계산 불가첫 패배 때 0원파산

여기서 제일 어이없는 부분은 40% 비중입니다.

이 기회는 분명 승률 60%이고, 투자금 기준 기대수익이 +20%입니다. 40% 비중으로 투자하면 매번 계좌 기준 기대수익은 무려 +8%입니다.

그런데 승패가 확률대로 60승 40패 나오면 자산은 1에서 약 0.78로 줄어듭니다.

플러스 기대값을 가진 전략으로 돈을 잃은 겁니다.

전략이 나빠서가 아닙니다.

너무 많이 넣어서 그렇습니다.

50%씩 넣으면 더 처참합니다.

60번 이기고 40번 졌으니 승률만 보면 훌륭하죠? 그런데 마지막 자산은 시작 금액의 약 3.3%만 남습니다.

100만 원이 약 3만 3천 원이 됩니다.

“그래도 60번이나 맞혔는데요?”

네. 그런데 질 때마다 남은 돈이 반토막 났잖아요.

승률표만 들여다보며 실력 좋다고 박수 치는 동안 계좌는 관짝에 들어가 있습니다.


기대수익은 계속 오르는데 복리 성장은 꺾인다

이 관계를 그림으로 보겠습니다.

가로축은 매번 투자하는 비중, 세로축은 한 번당 장기 로그 성장률입니다.

투자 비중에 따른 장기 복리 성장률 승률 60%, 승리 시 투자액 대비 100% 수익, 패배 시 투자액 전액 손실인 가상 모델에서 투자 비중 20%일 때 장기 로그 성장률이 최대가 되는 그래프 많이 건다고 더 빨리 부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승률 60% · 승리 +100% · 패배 -100% 가상 모델 +2% +1% 0% -1% -2% -3% -4% 0% 10% 20% 30% 40% 50% 매번 투자하는 계좌 비중 한 번당 장기 로그 성장률 최적 비중 20% 성장률 약 +2.01% 40%부터 장기 성장률 음수 비중 확대 → 성장 가속 과잉 비중 → 성장 둔화

그래프의 핵심은 꼭대기 오른쪽입니다.

20%까지는 비중을 늘릴수록 성장률이 높아집니다. 그런데 20%를 넘는 순간부터 위험은 계속 커지는데 장기 성장률은 오히려 떨어집니다.

약 38.9%를 넘으면 성장률이 0 아래로 내려갑니다.

즉, 유리한 기회를 정확히 찾아놓고도 비중을 40% 이상 넣으면 장기적으로 자산이 줄어드는 구조가 됩니다.

좋은 판단을 하고도 돈을 잃을 수 있습니다.

여러분의 분석이 틀려서가 아니라, 베팅 크기가 틀려서요.


일반적인 켈리 공식

지금까지는 이기면 투자액만큼 벌고, 지면 투자액을 전부 잃는 1대1 구조를 사용했습니다.

좀 더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켈리 비중을 다음처럼 계산합니다.

f=bpqbf^* = \frac{bp-q}{b}

기호를 풀어보겠습니다.

  • (f^*): 계산상 최적 투자 비중
  • (p): 이길 확률
  • (q): 질 확률, 즉 (1-p)
  • (b): 투자금 1원당 얻는 순수익

우리 예시는 승률 60%이므로 (p=0.6), 패배 확률은 (q=0.4)입니다.

이겼을 때 투자금만큼 수익이 나므로 (b=1)입니다.

숫자를 넣어보겠습니다.

f=1×0.60.41f^* = \frac{1\times0.6-0.4}{1} f=0.2f^*=0.2

따라서 최적 비중은 20%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아주 중요한 함정이 있습니다.

이 공식에 숫자를 대충 넣고 “계산해보니 37.4% 몰빵이 정답입니다” 같은 짓을 하면 안 됩니다.

공식이 틀려서가 아니라 여러분이 넣는 숫자가 틀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현실에서는 승률을 소수점까지 알 수 없습니다

켈리 기준이 정확하게 작동하려면 적어도 다음 조건이 필요합니다.

  • 승리 확률 (p)를 알고 있어야 함
  • 이겼을 때와 졌을 때의 손익 (b)를 알고 있어야 함
  • 같은 조건의 기회가 충분히 반복돼야 함
  • 결과가 서로 독립적이거나 모델에 의존관계가 반영돼야 함
  • 예상보다 큰 급락이나 거래 불가능 같은 꼬리 위험이 없어야 함
  • 수수료·세금·슬리피지가 반영돼야 함

근데 현실의 주식에서 승률 60%를 누가 도장 찍어줍니까?

과거 데이터로 60%였다고 다음에도 60%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기대수익도 고정돼 있지 않고, 손실은 내가 정한 가격에서 얌전히 멈춰주지도 않습니다.

예상한 승률은 60%였는데 실제 승률이 52%였다면요?

1대1 손익 구조에서 켈리 비중은 다음처럼 바뀝니다.

f=0.520.48=0.04f^* = 0.52-0.48 = 0.04

최적 비중이 20%가 아니라 4%입니다.

내 추정치 하나가 8%포인트 틀렸을 뿐인데 적정 비중은 5분의 1로 쪼그라들었습니다.

이게 켈리 공식의 무서운 점입니다.

정확한 숫자를 넣으면 아름답지만, 쓰레기 같은 추정치를 넣으면 정교하게 계산된 쓰레기가 나옵니다.

계산기가 여러분보다 똑똑한 게 아닙니다. 계산기는 입력값을 의심하지 않을 뿐이에요.


그래서 실전에서는 ‘켈리 이하’를 생각합니다

후속 연구와 실무 논의에서는 계산된 켈리 비중을 그대로 사용하지 않고 그보다 줄인 프랙셔널 켈리(fractional Kelly)가 자주 다뤄집니다.

예를 들어 계산상 켈리 비중이 20%라면,

  • 풀 켈리: 20%
  • 하프 켈리: 10%
  • 쿼터 켈리: 5%

처럼 비중을 줄이는 방식입니다.

비중을 줄이면 이론상 장기 성장률은 조금 낮아집니다. 대신 계좌 변동성과 추정 오류의 충격도 줄어듭니다.

우리 가상 모델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 풀 켈리 20%의 로그 성장률: 약 +2.01%
  • 하프 켈리 10%의 로그 성장률: 약 +1.50%

비중은 절반으로 줄었는데 성장률은 절반이 아니라 풀 켈리의 약 75%가 남습니다.

반면 한 번 졌을 때 손실은 20%에서 10%로 절반이 됩니다.

수익 조금을 양보하고 생존 여유를 크게 늘리는 구조입니다.

그렇다고 “모든 투자자는 무조건 하프 켈리를 써라”는 뜻은 아닙니다. 현실 자산은 수익 구조가 이 가상 모델처럼 단순하지 않고, 사람마다 소득·현금흐름·투자 기간·감당 가능한 손실이 전부 다릅니다.

여기서 가져갈 원칙은 하나입니다.

계산상 최적 비중조차 상당히 공격적일 수 있으며, 추정이 불확실할수록 비중에는 안전마진이 필요합니다.


수익률을 올리는 것보다 비중을 줄이는 게 먼저인 이유

여러분이 찾아낸 전략의 기대수익을 +20%에서 +22%로 높이는 건 어렵습니다.

분석을 더 해야 하고, 더 좋은 가격을 기다려야 하고, 시장에서 남들이 놓친 무언가를 발견해야 합니다. 심지어 그렇게 계산한 +22%가 진짜인지도 모릅니다.

반면 비중을 50%에서 20%로 줄이는 건 계산 몇 번이면 끝납니다.

  • 기대수익률은 완전히 통제할 수 없음
  • 승률도 완전히 통제할 수 없음
  • 손실 발생 시점도 통제할 수 없음
  • 내가 얼마를 넣을지는 통제할 수 있음

투자에서 가장 먼저 손대야 하는 건 통제 가능한 변수입니다.

사람들은 종목을 더 잘 고르고, 매수 타이밍을 더 정확히 맞히고, 수익률을 몇 퍼센트 더 높이려고 밤을 새웁니다.

그런데 비중 하나를 잘못 잡으면 그 노력 전체가 무효가 됩니다.

60% 승률을 찾아놓고 50%씩 넣으면 60승 40패를 하고도 자산의 96% 이상을 잃는 모델을 방금 봤잖아요?

이 정도면 결론은 충분합니다.

좋은 전략보다 적절한 비중이 먼저입니다.

기회가 좋다고 크게 넣는 게 아닙니다. 기회가 얼마나 좋은지, 그 판단을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지, 틀렸을 때 얼마를 잃는지를 계산한 뒤 비중을 정해야 합니다.

수익을 극대화한다는 말은 무조건 크게 건다는 뜻이 아닙니다.

수학적으로는 오히려 그 반대죠.

장기 수익을 가장 크게 만들려면, 먼저 과도한 손실이 나오지 않도록 비중을 제한해야 합니다.


참고 자료

  • J. L. Kelly Jr., A New Interpretation of Information Rate, Bell System Technical Journal, 1956.
  • Leonard C. MacLean, Edward O. Thorp, William T. Ziemba, Good and Bad Properties of the Kelly Criterion.
  • 본문의 승률 60%, 손익 ±100%, 100회 반복 등의 수치는 비중과 장기 복리 성장률의 관계를 설명하기 위해 만든 가상 모델입니다.
  • 실제 투자에서는 수익 분포, 상관관계, 거래 비용, 세금, 유동성, 급격한 가격 변동 등을 추가로 고려해야 합니다. 적용되는 수수료·세금·거래 제도는 이용 중인 증권사와 국세청·거래소의 공식 자료를 확인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