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을 사고팔 때마다 계좌에서는 아주 작은 구멍이 하나씩 뚫립니다.
수수료, 세금, 매수·매도 호가 차이, 원하는 가격에 체결되지 않는 슬리피지까지. 한 번만 보면 별 거 없는거같아요.
0.1%, 0.2% 가지고 뭘 그렇게 호들갑이냐고요?
그 작은 숫자를 복리 계산기에 반복해서 넣어보면 생각이 달라집니다.
투자 실력이 그대로라면 매매 횟수가 많을수록 돈을 더 빨리 잃습니다.
운이 나빠서가 아닙니다. 그냥 곱셈이 그렇게 생겨 먹었습니다.
지난 글에서는 물타기가 평단가를 낮추는 대신 이미 지고 있는 자산에 돈을 더 몰아넣는 행동이라는 걸 봤습니다. 이번에는 반대처럼 보이는 행동을 보겠습니다. 한 종목에 오래 물리지 않고 계속 사고팔면 더 안전하지 않을까?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잘못된 종목에 돈을 묶는 대신, 이번에는 거래비용이라는 놈에게 돈을 조금씩 갖다 바칠 수 있거든요.
아무것도 못 벌어도 돈은 줄어듭니다
먼저 아주 단순한 예시를 하나 들어보겠습니다.
매매로 얻은 수익은 정확히 0%라고 가정합니다. 오르지도 않고 내리지도 않았습니다. 그런데 매수와 매도를 끝낼 때마다 총 0.4%의 비용이 빠져나간다고 해보죠.
실제 비용은 거래 상품, 증권사, 거래 방식, 세금 적용 여부에 따라 달라집니다. 여기서 0.4%는 계산 구조를 보여주기 위한 가상 숫자입니다. 실제 수수료와 세금은 이용하는 증권사와 국세청 안내를 확인하세요!
이때 자산은 다음과 같이 줄어듭니다.
는 처음 시작한 자산입니다. 는 한 번의 왕복 매매에서 빠지는 총비용률입니다. 왕복 매매는 매수하고 나중에 매도하는 과정까지 한 번 끝낸 것을 말합니다. 은 그 왕복 매매를 반복한 횟수입니다.
에서 위에 붙은 은 같은 숫자를 번 곱한다는 뜻입니다. 비용률이 0.4%라면 자산의 99.6%가 남으므로, 을 매매 횟수만큼 계속 곱합니다.
1,000만 원으로 왕복 매매를 100번 했다고 해보겠습니다.
먼저 0.4%를 소수로 바꾸면 0.004입니다.
1에서 0.004를 빼면 0.996입니다.
을 100번 곱하면 약 0.6698이 됩니다.
주가가 떨어진 것도 아니고, 종목 선택에 실패한 것도 아닙니다.
그냥 사고팔기만 했는데 1,000만 원이 약 670만 원이 됐습니다. 약 33%가 사라졌습니다.
“에이, 누가 수익도 없이 100번이나 매매해요?”
여러분 생각보다 그런 계좌 많습니다. 조금 벌고 조금 잃고를 반복해서 매매 수익을 전부 합하면 사실상 제자리인데, 계좌만 이상하게 줄어드는 경우 말입니다.
안 이상합니다. 비용 냈잖아요.
| 왕복 매매 횟수 | 남은 자산 비율 | 1,000만 원의 잔액 |
|---|---|---|
| 10회 | 96.07% | 약 961만 원 |
| 50회 | 81.84% | 약 818만 원 |
| 100회 | 66.98% | 약 670만 원 |
| 250회 | 36.71% | 약 367만 원 |
한 번 빠지는 돈은 작습니다.
반복 횟수가 안 작아서 문제입니다.
수익을 내면 비용쯤은 덮을 수 있지 않나
맞습니다. 수익이 충분히 크면 덮을 수 있습니다.
문제는 얼마나 벌어야 비용을 겨우 덮는지입니다.
한 번의 매매에서 비용을 내기 전 수익률을 라고 하겠습니다. 는 거래 한 번으로 벌어들인 총수익률입니다. 비용률은 앞에서 사용한 입니다.
원금을 유지하려면 수익을 얻은 뒤 비용을 내고 남은 금액이 정확히 처음 자산과 같아야 합니다.
는 수익이 붙은 뒤의 자산 배수입니다. 0.3%를 벌었다면 1.003배가 됩니다. 는 비용을 낸 뒤 남는 자산 배수입니다.
이 식을 에 대해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분수는 위의 숫자를 아래 숫자로 나눈다는 뜻입니다. 비용률 를 비용을 내고 남는 비율 로 나누면, 원금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최소 총수익률이 나옵니다.
가상의 총비용률 0.4%를 넣어보겠습니다.
아래쪽부터 계산하면 1에서 0.004를 뺀 값은 0.996입니다.
백분율로 바꾸면 약 0.4016%입니다.
비용이 0.4%라고 해서 정확히 0.4%만 벌면 본전이 아닙니다. 비용이 수익까지 포함된 전체 금액에서 빠져나가기 때문에 아주 조금 더 벌어야 합니다.
물론 차이는 작습니다.
근데 여러분, 우리는 지금 그 작은 차이를 수십 번, 수백 번 반복하는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매번 수익을 냈는데도 계좌가 줄어드는 경우
이제 더 짜증나는 계산을 해보겠습니다.
매 거래에서 비용을 내기 전 0.3%씩 꾸준히 번다고 가정합니다. 엄청난 승률입니다. 모든 거래가 수익입니다.
총비용률은 앞과 같은 가상의 0.4%로 두겠습니다.
한 번 거래한 뒤 남는 자산 배수는 다음과 같습니다.
0.3% 수익이 붙으면 자산은 1.003배가 됩니다.
0.4% 비용을 내고 99.6%가 남으면 0.996을 곱합니다.
거래 한 번을 끝낼 때마다 자산은 약 0.998988배가 됩니다.
백분율로 보면 약 0.1012%씩 줄어듭니다.
모든 거래에서 0.3%를 벌었는데 계좌는 매번 줄어듭니다. 비용이 0.4%니까요. 승률 100%가 무슨 소용입니까? 수수료가 계좌에서 돈을 빼 가는데.
이 거래를 100번 반복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을 100번 곱하면 약 0.9037입니다.
1,000만 원이 약 904만 원으로 줄었습니다.
100번 전부 수익 거래였지만 약 96만 원을 잃었습니다.
백 번 싸워서 백 번 이겼는데 전 재산이 줄어들었습니다. 이 정도면 승리가 아니라 유료 체험판입니다.
같은 수익이라도 매매를 많이 한 계좌가 진다
두 투자자가 비용을 내기 전에는 똑같이 연 10%를 벌었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둘 다 1,000만 원으로 시작했고, 비용을 제외하기 전에는 1,100만 원이 됐습니다.
첫 번째 투자자는 왕복 매매를 12번 했습니다.
두 번째 투자자는 왕복 매매를 100번 했습니다.
이번에는 한 번의 왕복 매매마다 총 0.2%의 비용이 발생한다고 가정하겠습니다. 역시 실제 비용이 아니라 비교를 위한 가상 수치입니다.
첫 번째 투자자의 최종 자산은 다음과 같습니다.
1에서 0.002를 빼면 0.998입니다.
처음 1,000만 원과 비교하면 약 7.39%를 벌었습니다.
두 번째 투자자는 같은 방식으로 계산합니다.
비용을 내기 전에는 10%를 벌었는데, 최종적으로는 약 9.96% 손실입니다.
| 왕복 매매 횟수 | 비용 차감 전 자산 | 비용 차감 후 자산 | 최종 손익률 |
|---|---|---|---|
| 12회 | 1,100만 원 | 약 1,074만 원 | 약 +7.39% |
| 50회 | 1,100만 원 | 약 995만 원 | 약 -0.48% |
| 100회 | 1,100만 원 | 약 900만 원 | 약 -9.96% |
| 250회 | 1,100만 원 | 약 667만 원 | 약 -33.32% |
비용을 내기 전 실력은 똑같았습니다.
차이는 버튼을 누른 횟수뿐입니다.
거래가 많다고 수익 기회만 늘어나는 게 아닙니다. 비용을 낼 기회도 정확히 같이 늘어납니다. 수익 기회는 잡을 수도 있고 놓칠 수도 있지만, 체결된 거래의 비용은 거의 확실하게 빠져나갑니다.
수익은 가능성이고 비용은 청구서입니다.
둘을 같은 무게로 보면 안 됩니다.
매매 횟수를 줄이면 기회를 놓치는 것 아닌가
물론 좋은 기회를 걸러내면 안 됩니다.
아무것도 사지 않는다고 자동으로 부자가 되는 것도 아닙니다. 저회전율 자체가 투자 실력은 아닙니다.
그런데 좋은 기회와 심심해서 누르는 버튼은 구분해야 합니다.
매매를 한 번 추가하려면 그 거래의 기대수익이 비용보다 커야 합니다. 그냥 오를 것 같다는 느낌으로는 부족합니다. 비용은 숫자로 확정되어 있는데 기대수익만 기분으로 적어두면 게임이 안 됩니다.
특히 같은 투자 아이디어를 여러 번 잘게 쪼개 사고파는 행동은 수익의 근거를 새로 만들지 않습니다. 비용을 새로 만들 뿐입니다.
10% 오를 종목을 한 번 사서 보유하든, 중간에 열 번 팔았다 다시 사든 종목의 상승률은 10%입니다.
여러분이 중간 파동을 전부 정확히 맞힐 수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그걸 정확히 맞힐 수 있으면 이 글을 볼 이유도 없겠죠. 이미 섬 하나 알아보고 있어야 합니다.
현실에서는 매도한 뒤 더 높은 가격에 다시 사기도 하고, 다시 들어갈 타이밍을 놓치기도 합니다. 여기에 비용까지 붙습니다.
괜히 손이 바쁠수록 계좌가 부지런히 녹는 게 아닙니다.
손실을 줄이는 가장 쉬운 방법
거래비용으로 생기는 손실을 줄이는 방법은 놀랄 만큼 재미없습니다.
기대수익의 근거가 없는 거래를 하지 않는 겁니다.
매매 버튼을 누르기 전에 이번 거래에서 기대하는 총수익률을 적어봅니다. 그 수익률에서 예상 비용을 빼도 의미 있는 이익이 남는지 계산합니다.
계산이 안 되면 거래 근거도 없는 겁니다.
“일단 들어가 보고 생각하지 뭐.”
그 일단에도 비용이 붙습니다.
“조금만 먹고 빠지면 되지.”
조금 먹는 전략일수록 비용이 수익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더 커집니다.
“손해 보기 전에 바로 팔면 안전하잖아.”
손실을 제한하는 규칙과 근거 없이 자주 사고파는 행동은 전혀 다릅니다. 하나는 위험관리이고, 다른 하나는 계좌에서 계속 입장료를 내는 행동입니다.
높은 회전율이 반드시 나쁜 전략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높은 회전율을 감당하려면 그보다 더 높은 거래당 우위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 우위를 숫자로 증명하지 못했다면 매매 횟수부터 줄이는 게 맞습니다.
수익을 늘릴 방법은 불확실합니다.
비용을 줄일 방법은 확실합니다.
이 글은 투자 방법론을 설명하기 위한 일반적인 정보이며, 특정 자산의 매수·매도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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