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을 처음 산 사람이 물리면 높은 확률로 하는 행동이 있습니다.

물타기입니다. 🌊🌊🌊🌊🌊🌊

10만 원에 산 주식이 7만 원까지 떨어졌습니다. 손실률은 마이너스 30%입니다. 여기서 같은 종목을 더 사면 평단이 내려가겠죠?

“평단이 8만 원까지 내려왔으니까 이제 14%만 오르면 본전이네?”

듣고 보면 상당히 그럴듯합니다. 실제로 평단가는 내려갑니다. 본전까지 필요한 상승률도 줄어듭니다.

그런데 계좌가 안전해졌느냐고 물으면 대답은 반대입니다.

평단가는 내려갔지만, 계좌는 더 위험해졌습니다.

근거 없이 하는 물타기는 손실을 줄이는 기술이 아닙니다. 이미 틀리고 있는 판단에 더 많은 돈을 거는 기술입니다.

평단가라는 숫자는 예뻐지지만, 종목이 한 번 더 떨어졌을 때 계좌가 받는 충격은 훨씬 커집니다.

평단가 창만 보고 “오, 손실률 줄었다”면서 뿌듯해할 일이 아닙니다. 계좌에 반창고 붙인다고 부러진 뼈가 다시 붙는 건 아니잖아요?

지난 편에서 우리는 무엇을 봤나

지난 글에서는 승률이 높은 전략이라도 한 번에 너무 많은 돈을 걸면 장기적으로 계좌가 망가질 수 있다는 사실을 봤습니다.

핵심은 포지션 사이징이었습니다.

어떤 판단이 맞을 확률이 높더라도, 자금의 지나치게 큰 비중을 걸면 몇 번의 불운만으로 복구하기 어려운 손실을 입습니다.

켈리 공식도 같은 이야기를 합니다. (켈리 공식이 뭔지 모르겠다면? 이전 글을 읽어보세요!)

좋은 기회를 찾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그 기회에 얼마를 걸 것인가입니다.

그런데 물타기는 이 원칙과 정확히 반대로 움직이기 쉽습니다.

처음 판단이 틀려 손실이 발생했는데, 그 손실을 근거로 포지션을 더 키웁니다.

이게 대체 무슨 판단입니까?

“내 예상이 틀렸으니 더 많은 돈을 걸겠습니다.”

카지노에서 이러면 옆 사람이 뜯어말릴 텐데, 주식 앱에서는 평단가가 내려간다는 이유로 제법 합리적인 행동처럼 보입니다.

평단가가 내려가는 것은 사실이다

먼저 물타기를 하면 평단가가 내려간다는 사실부터 확인하겠습니다.

평균 매입가격은 다음과 같이 계산합니다.

Pˉ=P1q1+P2q2q1+q2\bar{P} = \frac{P_1q_1 + P_2q_2}{q_1+q_2}

여기서 Pˉ\bar{P}는 새로운 평균 매입가격, 즉 평단가입니다. P1P_1P2P_2는 각각 첫 번째와 두 번째 매수가격이고, q1q_1q2q_2는 각 가격에서 산 주식 수입니다.

분수는 위쪽의 총매입금액을 아래쪽의 총보유수량으로 나눈다는 뜻입니다.

한번 예시를 들어볼까요?

처음에 10만 원짜리 주식을 20주 샀습니다.

총매입금액은 200만 원입니다.

이후 주가가 7만 원으로 떨어졌고, 40주를 추가로 샀다고 해보겠습니다. 추가 매수금액은 280만 원입니다.

새로운 평단가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처음 매입금액: 10만 원 × 20주 = 200만 원
  2. 추가 매입금액: 7만 원 × 40주 = 280만 원
  3. 총매입금액: 200만 원 + 280만 원 = 480만 원
  4. 총보유수량: 20주 + 40주 = 60주
  5. 새로운 평단가: 480만 원 ÷ 60주 = 8만 원

평단가는 10만 원에서 8만 원으로 낮아졌습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물타기가 성공한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바로 다음 줄을 계산해야 합니다.

추가 매수 직후 손실은 1원도 줄지 않는다

물타기 전에는 10만 원에 산 주식 20주를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현재 주가는 7만 원이므로 평가금액은 140만 원입니다.

200만 원을 투자해 현재 가치가 140만 원이 됐으니 평가손실은 60만 원입니다.

이제 7만 원에 40주를 추가로 샀습니다.

총매입금액은 480만 원이고, 현재 평가금액은 7만 원 × 60주인 420만 원입니다.

평가손실은 여전히 60만 원입니다.

구분물타기 전물타기 후
보유수량20주60주
총매입금액200만 원480만 원
평단가10만 원8만 원
현재 평가금액140만 원420만 원
평가손실-60만 원-60만 원

평단가는 20% 낮아졌지만 손실금액은 그대로입니다.

수수료나 거래비용까지 포함하면 오히려 손실은 아주 조금 늘어날 수도 있습니다.

왜 손실이 줄지 않았을까요?

7만 원짜리 주식을 7만 원에 추가로 샀기 때문입니다.

방금 산 주식에서는 아직 이익도 손실도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현금 280만 원을 같은 가치의 주식 280만 원으로 바꿨을 뿐입니다.

기존에 발생한 60만 원의 손실이 사라진 것이 아닙니다.

그 손실을 더 많은 주식 사이에 나눠 표시하면서 손실률만 작아 보이게 만든 것입니다.

본전이 가까워진 대가는 공짜가 아니다

“그래도 10만 원까지 기다릴 필요 없이 8만 원만 오면 본전이잖아요.”

맞습니다.

하지만 8만 원에서 본전이 되는 권리를 공짜로 얻은 것은 아닙니다.

주가가 더 떨어질 때 손실이 훨씬 빠르게 커지는 조건과 맞바꾸지 않았습니까?

총자금이 1,000만 원이었다고 해보겠습니다.

처음에는 주식 200만 원어치를 사고 현금 800만 원을 보유했습니다.

주가가 7만 원까지 떨어진 시점의 계좌는 다음과 같습니다.

  • 주식 평가금액: 140만 원
  • 현금: 800만 원
  • 계좌 총액: 940만 원

여기서 280만 원어치를 물타기하면 현금은 520만 원으로 줄고 주식 평가금액은 420만 원이 됩니다.

계좌 총액은 여전히 940만 원입니다.

이후 주가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비교해보겠습니다.

이후 주가물타기하지 않은 계좌물타기한 계좌
8만 원960만 원, -4%1,000만 원, 0%
7만 원940만 원, -6%940만 원, -6%
4만 9천 원898만 원, -10.2%814만 원, -18.6%
3만 5천 원870만 원, -13%730만 원, -27%

주가가 8만 원으로 반등하면 물타기한 계좌가 먼저 본전에 도착합니다.

반대로 7만 원에서 다시 30% 떨어져 4만 9천 원이 되면 상황이 뒤집힙니다.

물타기를 하지 않은 계좌는 898만 원이 남습니다. 전체 손실률은 10.2%입니다.

물타기한 계좌는 814만 원만 남습니다. 전체 손실률은 18.6%입니다.

본전까지의 거리는 가까워졌지만, 반대 방향으로 움직였을 때 낭떠러지도 가까워졌습니다.

평단가가 낮아진다는 말은 틀리지 않습니다.

다만 그 문장의 뒷부분이 생략됐습니다.

더 많은 돈을 같은 종목에 넣었기 때문에 평단가가 낮아진 것입니다.

계좌 위험을 결정하는 것은 평단가가 아니라 비중이다

계좌가 특정 종목의 움직임에 얼마나 크게 흔들리는지는 평단가보다 포지션 비중에 더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습니다.

포지션 비중은 다음과 같이 계산할 수 있습니다.

w=VEw = \frac{V}{E}

여기서 ww는 계좌에서 해당 종목이 차지하는 비중, VV는 해당 종목의 현재 평가금액, EE는 현재 계좌 총액입니다.

물타기 전 포지션 비중을 계산해보겠습니다.

  1. 종목 평가금액: 140만 원
  2. 계좌 총액: 940만 원
  3. 포지션 비중: 140만 원 ÷ 940만 원
  4. 계산 결과: 약 14.9%

물타기 후에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종목 평가금액: 420만 원
  2. 계좌 총액: 940만 원
  3. 포지션 비중: 420만 원 ÷ 940만 원
  4. 계산 결과: 약 44.7%

평단가는 10만 원에서 8만 원으로 20% 내려갔습니다.

그런데 계좌에서 해당 종목이 차지하는 비중은 14.9%에서 44.7%로 세 배가 됐습니다.

이제 해당 종목이 10% 떨어지면 어떻게 될까요?

물타기 전에는 계좌가 약 1.49% 하락합니다.

14.9%의 비중을 가진 종목이 10%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물타기 후에는 계좌가 약 4.47% 하락합니다.

44.7%의 비중을 가진 종목이 10%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앱 화면에서는 평단가가 예쁘게 내려갔지만, 같은 가격 움직임이 계좌에 주는 충격은 세 배가 됐습니다.

이게 바로 물타기의 현실입니다.

물타기는 왜 켈리 기준과 충돌하는가

켈리 기준은 장기적인 복리 성장률을 가장 크게 만드는 자금 비중을 찾는 방법입니다.

중요한 점은 켈리 기준이 평단가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얼마에 샀는지가 아니라 앞으로 얻을 수 있는 수익과 손실, 그리고 각각의 확률을 사용합니다.

간단한 예시를 들어볼까요?

어떤 종목이 다음 단계에서 30% 오를 확률이 52%, 30% 떨어질 확률이 48%라고 가정하겠습니다.

이때 기대 로그 성장률은 다음과 같이 표현할 수 있습니다.

g(f)=pln(1+af)+(1p)ln(1af)g(f) = p\ln(1+af) + (1-p)\ln(1-af)

여기서 g(f)g(f)는 한 단계당 기대 로그 성장률입니다. ff는 전체 계좌 중 해당 종목에 투자한 비중, pp는 종목이 오를 확률, aa는 오르거나 내리는 폭입니다.

ln\ln은 자연로그입니다. 복리에서는 자산이 더해지는 것이 아니라 계속 곱해지므로, 곱셈을 덧셈으로 바꿔 계산하기 위해 로그를 사용합니다.

이 식을 가장 크게 만드는 투자 비중은 다음과 같습니다.

f=2p1af^* = \frac{2p-1}{a}

여기서 ff^*는 장기 복리 성장률을 가장 크게 만드는 이론적 비중입니다.

가상 숫자를 대입해보겠습니다.

  1. 상승 확률 pp: 0.52
  2. 상승과 하락 폭 aa: 0.30
  3. 2p12p-1: 2 × 0.52 - 1 = 0.04
  4. 최적 비중: 0.04 ÷ 0.30 = 약 0.133
  5. 백분율로 변환: 약 13.3%

이 가상 모델에서 켈리 기준이 제시하는 비중은 약 13.3%입니다.

물타기 전 비중인 14.9%는 이 값보다 약간 높습니다.

물타기 후 비중인 44.7%는 이 값의 세 배가 넘습니다.

각 비중의 기대 로그 성장률도 직접 계산해보겠습니다.

물타기 전 비중 14.9%를 대입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g(0.149)=0.52ln(1+0.30×0.149)+0.48ln(10.30×0.149)0.000789g(0.149) = 0.52\ln(1+0.30\times0.149) + 0.48\ln(1-0.30\times0.149) \approx 0.000789

계산 결과 기대 로그 성장률은 한 단계당 약 0.079%입니다.

이번에는 물타기 후 비중 44.7%를 대입하겠습니다.

g(0.447)=0.52ln(1+0.30×0.447)+0.48ln(10.30×0.447)0.003671g(0.447) = 0.52\ln(1+0.30\times0.447) + 0.48\ln(1-0.30\times0.447) \approx -0.003671

계산 결과 기대 로그 성장률은 한 단계당 약 마이너스 0.367%입니다.

재미있는 부분은 이 가상 종목 자체의 단순 기대수익률은 여전히 양수라는 점입니다.

52% 확률로 30% 오르고 48% 확률로 30% 떨어지므로 종목의 단순 기대수익률은 1.2%입니다.

44.7%의 비중을 투자하면 계좌의 단순 기대수익률은 약 0.536%입니다.

평균만 보면 돈을 버는 것 같죠?

그런데 복리를 반영한 기대 로그 성장률은 마이너스입니다.

좋은 게임에 너무 많은 돈을 걸어서 장기 성장률을 음수로 만든 것입니다.

지난 글에서 승률이 높아도 과도한 비중을 걸면 망할 수 있다고 했죠?

물타기는 그 과도한 비중을 손실이 발생할 때마다 스스로 만들어내는 행동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가격이 떨어졌다는 이유만으로 최적 비중이 커지지는 않는다

켈리 기준에서 적정 비중이 커지려면 앞으로의 조건이 좋아져야 합니다.

예를 들면 상승 확률이 높아지거나, 맞았을 때 얻는 수익이 커지거나, 틀렸을 때 예상되는 손실이 작아져야 합니다.

그런데 초보 투자자의 물타기 논리는 대개 이렇습니다.

“내가 10만 원에 샀는데 지금 7만 원이니까 싸다.”

여기에는 앞으로 오를 확률에 대한 계산이 없습니다.

예상 수익과 예상 손실도 없습니다.

기업이나 자산의 상태가 어떻게 달라졌는지도 없습니다.

오직 자신의 매입가격만 있습니다.

하지만 시장은 여러분의 평단가를 모릅니다.

여러분이 10만 원에 샀든 15만 원에 샀든 앞으로의 가격분포는 달라지지 않습니다.

평단가는 여러분의 과거를 기록한 숫자이지, 미래 수익률을 결정하는 변수가 아닙니다.

기존 판단이 틀려 가격이 하락했는데 아무런 새로운 근거 없이 투자 비중만 세 배로 늘린다면, 기대수익을 개선한 것이 아닙니다.

노출된 위험만 늘린거죠.

그렇다면 모든 물타기가 틀린가?

그건 아닙니다.

무조건 “물타기는 나쁘다”고 말하면 그것도 계산 없는 구호가 됩니다.

가격이 내려가면서 기대수익 구조가 실제로 좋아질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투자 전부터 총투자 한도를 정하고 여러 구간에 나눠 진입하기로 했다면, 가격이 내려왔을 때 추가로 사는 행동은 계획된 분할매수일 수 있습니다.

새로운 정보와 계산을 통해 상승 확률이나 손익 구조가 개선됐다고 판단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이때도 적정 비중을 다시 계산해야 합니다.

“가격이 내렸으니 산다”가 아니라 다음 조건이 필요합니다.

  • 처음부터 정한 최대 투자비중을 넘지 않습니다.
  • 가격 하락 후 기대수익과 예상손실을 다시 계산합니다.
  • 기존 투자금과 평단가를 의사결정 근거에서 분리합니다.
  • 판단이 틀렸다고 인정할 조건을 미리 정합니다.
  • 추가 하락 시 계좌 전체가 얼마나 손실을 보는지 계산합니다.

겉으로는 둘 다 가격이 내려갔을 때 추가 매수하는 행동입니다.

하지만 계획된 분할매수와 감정적 물타기는 수학적으로 다른 행동입니다.

하나는 미리 정한 위험 한도 안에서 포지션을 완성합니다.

다른 하나는 손실을 보기 싫다는 이유로 위험 한도를 계속 넓힙니다.

물타기 버튼을 누르기 전에 계산할 것

물타기를 고민하고 있다면 평단가 계산기부터 끄고 다음 숫자를 먼저 봐야 합니다.

첫째, 추가 매수 후 해당 종목의 비중이 몇 퍼센트가 되는지 계산합니다.

둘째, 그 상태에서 종목이 10%, 30%, 50% 더 떨어졌을 때 계좌 손실률을 계산합니다.

셋째, 가격이 하락한 뒤 상승 확률과 예상 손익이 무엇 때문에 좋아졌는지 숫자로 적습니다.

넷째, 기존 보유분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도 지금 이 금액을 새로 투자할 것인지 생각합니다.

마지막 질문에 “아니요”라는 답이 나오는데도 추가 매수하고 싶다면, 그건 좋은 기회를 발견한 것이 아닐 가능성이 큽니다.

기존 손실을 인정하기 싫어서 돈을 더 넣는 바보같은 짓일 뿐이죠.

평단가는 위험관리 도구가 아니다

물타기의 가장 교묘한 점은 숫자로 손실을 줄인 것처럼 보여준다는 것입니다.

평단가는 내려가고, 손실률도 작아 보이고, 본전까지 필요한 반등 폭도 줄어듭니다.

그러나 기존 손실금액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대신 포지션 비중이 커지고, 추가 하락이 계좌에 주는 충격이 커집니다.

평단가를 낮추는 것과 위험을 낮추는 것은 전혀 다른 일입니다.

평단가는 과거 매입가격을 정리한 숫자이고, 위험은 지금 얼마의 자금이 앞으로의 가격변동에 노출돼 있는지로 결정됩니다.

다시 오늘의 결론입니다.

근거 없는 물타기는 손실을 복구하는 행동이 아니라, 손실을 일으킨 판단에 더 큰 금액을 거는 행동입니다.

평균단가가 내려갔다고 안심하지 마세요.

봐야 할 것은 평단이 아니라 포지션 비중입니다.

다음 편에서는 물타기의 반대편에서 초보 투자자를 괴롭히는 말을 다뤄보겠습니다.

“손절하면 손실이 확정되잖아요. 안 팔면 아직 손해가 아닌 것 아닌가요?”


켈리 기준은 자본의 기대 로그 성장률을 최대화하는 원리에서 출발하며, 실제 투자에서는 확률과 손익 추정 오차 및 낙폭 위험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이 글은 투자 방법론을 설명하기 위한 가상 수치 모델이며, 특정 종목의 매수·매도나 수익을 보장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