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편 기억나시나요? 주식이 위험한지 아닌지 감으로 우기지 말고 계산으로 따지자고 했습니다. 복리 공식 A=P(1+r)nA = P(1+r)^n 하나를 먼저 보여드렸고, "20% 잃으면 본전 오는 데 25% 필요하다"는 손익비대칭성도 살짝 맛만 봤죠. 그리고 마지막엔 다음 글에선 단언컨대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걸 알려주겠다고 했습니다. 이제부터 그걸 설명해보려 합니다.

먼저, 여러분은 왜 주식을 합니까?

우량한 기업 오래 들고 큰 시세를 먹으려는 분도 있고, 등락 큰 급등주로 짧게 치고 빠지려는 분도 있습니다. 방식은 제각각인데 목적은 똑같아요. 돈 버는 겁니다. 그쵸?

근데 좀 이상하지 않습니까? 다들 돈 벌겠다고 들어오는데, 왜 대부분 잃고 나갈까요?

결론부터 박아두겠습니다. 기법이 모자라서가 아닙니다. 자금 관리를 몰라서입니다. 왜 그런지, 지금부터 하나씩 보여드리겠습니다.

기법이 없어서 그런 거 아닌가요?

여러분 머릿속에 지금 이 반박이 떠올랐을 겁니다. "잃는 건 매매 기법이나 원칙이 없어서 아닌가요?"

맞습니다. 기법도 원칙도 없이 감으로 사고파는 사람은 당연히 잃습니다. 그건 뭐 계산할 것도 없죠.

문제는.. 기법을 아무리 잘 갈고닦아도, 원칙대로 착실히 매매해도, 여전히 잃을 수 있어요. 왜냐? 그 어떤 기법도 완벽하지 않으니까요. 100% 이기는 매매법이 세상에 있었으면 그 사람이 지금쯤 지구를 샀겠죠.

주식으로 돈 버는 구조 자체는 단순합니다. 싸게 사서 비싸게 팔기, 이게 끝입니다. 근데 그 단순한 판 위에 예측 불가능한 위험이 사방에 깔려 있어요. 이 위험을 아예 없는 셈 치고 "이렇게만 하면 무조건 번다"는 마인드로 들어가면 잃는 게 정상입니다.

그럼 그 위험이라는 게 대체 뭔지부터 볼까요?

노력으로도 못 피하는 네 가지 위험

많은 분들이 주식으로 벌 수 있다는 건 당연하게 받아들이면서, 잃을 수도 있다는 건 생각조차 안 합니다. 마치 "잃는 건 뭔가 잘못된 거고, 제대로만 하면 절대 안 잃는 비법이 어딘가 있다"고 믿는 거죠.

안타깝지만 그런 비법은 없습니다. 돈 버는 합리적인 원리는 분명히 있어요. 근데 100% 안 잃고 항상 버는 절대 공식? 그런건 없습니다. 시장의 위험은 내가 노력한다고 피해지는 게 아니거든요. 살아남으려면 딱 하나만 인정하면 됩니다. 위험은 못 피한다, 대신 다루는 법을 배운다. 어떤 놈들인지 넷으로 나눠 보죠.

체계적 위험. 시장 전체가 한꺼번에 맞는 매입니다. 거시 경제나 정치 이슈로 지수가 통째로 빠질 때, 종목이 뭐든 상관없이 다 같이 물려요. IMF, 서브프라임, 일본 대지진, 유럽발 재정 위기… 이런 굵직한 사건이 터지면 여러분이 아무리 좋은 종목을 골라놨어도 소용없습니다. 다 같이 죽는거죠 뭐..

비체계적 위험. 이건 반대로 개별 기업 하나만의 악재예요. 장이 아무리 좋아도 그 회사에 돌발 악재가 터지면 혼자 급락합니다. 갑작스러운 유상증자, 실적 쇼크, 횡령 사고 같은 것들. 장세랑 무관하게 그 종목만 무너지는겁니다.

변동성 위험. 주가가 미친 듯이 출렁일 때 생깁니다. 하루에도 10% 넘게 튀는 코스닥 잡주에 전 재산을 넣었다고 쳐봅시다. 변동성 계산 없이 무턱대고 큰돈을 밀어넣으면, 2~3일 만에 반토막 나는 거 일도 아닙니다. 게다가 전날 종가랑 당일 시가가 확 벌어지는 '갭'이 크게 뜨면, 내가 팔고 싶은 가격에 팔 기회조차 안 옵니다. 시작하자마자 -10%로 열고 반등 한 번 없이 하한가로 직행하는건 그리 희귀한 경우가 아닙니다.

유동성 위험. 팔고 싶은데 못 파는 상황입니다. 내가 특정 가격에 물량을 던지려면 그걸 받아줄 매수자가 있어야 하는데, 거래량 적은 종목은 그 매수자가 없어요. 그러면 원하는 만큼 못 팔거나, 훨씬 낮은 가격에 후려쳐서 팔아야 합니다.

자, 여기서 많은 분들이 이렇게 나옵니다. "그럼 분산투자 하고, 종목 신중히 고르고, 손절 철저히 하면 되잖아요?"

다 맞는 얘기고, 다 해야 합니다. 근데 그걸로도 위험을 완전히 차단하진 못해요. 위험은 예측이 안 되고, 애초에 주식시장의 본질이 위험 그 자체거든요. 그러니 매매 기법 하나만 붙들고는 장기적으로 절대 못 버팁니다.

그럼 대체 뭘 어쩌라고?

여기까지 오면 슬슬 답답하시죠? 기법도 완벽하지 않다, 위험은 못 피한다, 그럼 손 놓고 있으라는 거냐?

아닙니다. 진짜 핵심은 종목 선정도, 매매 기법도 아닌 자금 관리입니다.

자금 관리를 한 줄로 정의하면, 내 전체 자산 중에서 얼마를 주식에 투입할지 정하고 관리하는 원칙입니다. 별거 아닌 것 같죠? 아마 여러분 대부분은 이 말을 들어본 적도 없거나, 들었어도 "실전에선 쓸모없는 뜬구름 잡는 소리"쯤으로 넘겼을 겁니다.

그런데 이게 왜 매매 기법보다 위냐? 숫자로 보여드리겠습니다.

200% 벌면 떼부자? 상폐당하면 알거지?

가정해봅시다. 어떤 기법으로 매매해서 +200% 수익이 났어요. 여러분, 이제 부자 되셨나요?

반대로 잘못 걸려서 그 종목이 상장폐지(-100%) 당했다고 칩시다. 이제 알거지 되어 인생 끝났나요?

둘 다 아닙니다. 여러분의 전 재산이 5,000만원인데, 5만원짜리 주식을 딱 1주 샀다고 해봅시다. 전 재산의 0.1%죠? 여기서 무슨 일이 벌어지든 계산해보면 이렇습니다.

시나리오매매 손익률투입금실제 손익액계좌 기준 손익률
대박+200%5만원+10만원+0.2%
반의반 토막-75%5만원-3만 7,500원-0.075%
상장폐지-100%5만원-5만원-0.1%

보이시나요? 매매 손익률은 +200%, -100% 하며 어마어마하게 요동치는데, 정작 내 계좌 전체로 보면 +0.2%, -0.1%. 간지럽지도 않습니다. 200% 수익도 인생 안 바꾸고, 상장폐지도 인생 안 무너뜨려요. 넣은 돈이 0.1%뿐이니까요.

계좌 손익률=매매 손익률×투입금총자산\text{계좌 손익률} = \text{매매 손익률} \times \frac{\text{투입금}}{\text{총자산}}

계좌 손익률은 매매 손익률에다 '내가 넣은 비중'을 곱한 값이에요. 그래서 200% × (5만 ÷ 5,000만) = 200% × 0.001 = 0.2%가 나오는 겁니다. 매매 손익률이 아무리 커도, 투입 비중이 쥐꼬리면 계좌는 꿈쩍도 안 해요.

많은 사람이 오로지 매매 손익률에만 눈이 벌게져 있습니다. "이 매매로 몇 % 먹었네" 하면서요. 근데 여러분 인생을 좌우하는 건 그 숫자가 아니라 계좌 손익률입니다. 그리고 계좌 손익률을 결정하는 게 바로 자금 관리예요. 자금 관리 개념이 아예 없으면, 이 차이 자체를 볼 수가 없습니다.

같은 -100%인데 한쪽은 전멸, 한쪽은 멀쩡

말로만 하면 감이 안 오니 그림으로 못 박겠습니다. 똑같이 종목 하나가 상장폐지(-100%)되는 사건이 터졌습니다. 한쪽은 전 재산을 몰빵했고, 한쪽은 0.1%만 넣었어요.

같은 -100% 사건, 갈리는 운명 총자산 5,000만원 · 종목 하나가 상장폐지될 때 5,000만 2,500만 0 5,000만 0원 투자 전 -100% 후 ① 전 재산 몰빵 5,000만 4,995만 투자 전 -100% 후 ② 0.1%(5만원)만 투입

왼쪽은 5,000만원이 통째로 0원이 됐습니다. 게임 오버예요. 오른쪽은 5만원 날리고 4,995만원이 멀쩡히 남았습니다. 어떻습니까? 똑같은 -100% 사건인데 한쪽은 파산, 한쪽은 타격이 거의 없습니다. 종목이 좋았는지 나빴는지, 기법이 어땠는지는 여기서 아무 상관이 없어요. 오직 얼마를 넣었느냐가 생사를 갈랐습니다.

사람들이 주식에서 실패하는 근본 원인은 기법 부족이 아니라, 주식시장의 위험을 몰라서입니다. 그리고 그 위험에 대한 무지는 곧장 자금 관리에 대한 무지로 이어져요. 완벽하지도 않고 존재하지도 않는 '절대 불패 기법'만 찾아 헤매다가, 정작 얼마를 넣을지는 고민조차 안 하니 무너지는 겁니다.

매매 기법으로는 벌 수도, 잃을 수도 있습니다. 그건 본인이 정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내가 얼마를 넣을지는 100% 내가 정합니다. 통제 가능한 걸 먼저 붙잡는 게 순서예요. 그래서 자금 관리가 매매 기법보다 위입니다. 이게 오늘 여러분이 가져가실 딱 하나입니다.

여기까지 읽고 이런 생각 드셨을 겁니다. "얼마를 넣느냐가 중요한 건 알겠는데, 그래서 결국 잃지 않는 게 핵심이라는 거 아냐?"

정확합니다. 그리고 바로 그 지점에서 무시무시한 사실이 하나 튀어나와요. 잃는 것과 되버는 것은 대칭이 아닙니다. 50% 잃고 50% 벌면 본전일 것 같죠? 아니에요. 계산해보면 25%가 그냥 증발합니다. 왜 그런지, 다음 글에서 만원짜리 한 장으로 눈앞에서 증명해 드리겠습니다.


참고 자료: 본문의 체계적·비체계적·변동성·유동성 위험 구분은 재무·투자론의 표준 분류이며, 계좌 손익률 = 매매 손익률 × (투입금 ÷ 총자산) 역시 단순 비례 관계로 시대·시장과 무관하게 성립합니다. 5,000만원·5만원·200% 등은 원리를 보여주기 위한 가상의 숫자 모델입니다. 실제 상장폐지 요건, 거래 제도, 수수료·세금 등은 한국거래소 및 거래 증권사·국세청 공식 자료에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